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FOMC 결과와 관련한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 중앙은행이 지난 밤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과 관련해 "2월에 이어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했다"고 평가했다. 성명서에서 기존의 지속적 금리인상 문구를 삭제하고, 경제·금융상황을 고려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평가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기자회견에선 연내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 것도 언급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불안은 "미국 정책당국의 예금자 보호 및 유동성 지원 조치, UBS 은행의 크레딧스위스 은행 인수 등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국내 금융시장 안정의 근저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투자(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뿐만 아니라, 우리 금융회사들의 양호한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24시간 관계기관 합동점검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시에는 마련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계기업·취약부동산 사업장·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부문과 관련해서는 "잠재 리스크가 시장불안과 맞물려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철저히 관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충분한 충당금 적립과 자본 확충 등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