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견고함과 체코의 짙은 호소력. 두 나라 관현악단의 특성을 결합한 독자적인 음색으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 악단이 있다. 독일 명문 악단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얘기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1946년 창설된 이후 요제프 카일베르트, 오이겐 요훔 등 유럽을 대표하는 명지휘자의 손을 거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유럽에서 실력파 악단으로 통하는 밤베르크 심포니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과 슈만 피아노 협주곡(김선욱 협연) 등을 들려준다. 이들의 내한 공연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2016년부터 악단의 수석지휘자를 맡아온 야쿠프 흐루샤(42)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체코와 독일 음악의 공존’이라는 밤베르크 심포니의 정체성을 마음껏 펼쳐내겠다”고 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체코에서 활동하던 독일인 음악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이에른주의 밤베르크로 이주해 꾸린 악단이다. “밤베르크 심포니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관계는 가까운 사촌과도 같아요. 체코 필하모닉이 말러 교향곡 7번을 초연했을 때 밤베르크에서 온 연주자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듯, 두 악단의 교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죠. 적어도 밤베르크 심포니에서만큼은 체코와 독일을 분리할 수 없어요.”
체코 출신 지휘자 흐루샤는 내한 공연 레퍼토리 가운데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조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음악 세계를 온전히 살려낼 수 있는 작품이라서다.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핵심 레퍼토리예요. 이 곡을 연주할 때면 악단 특유의 ‘보헤미안 사운드’가 한층 더 깊어지죠. 체코 지휘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에요. 제가 생애 처음으로 지휘한 관현악곡이기도 하죠. 여러모로 각별한 작품입니다.”
그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유명 악단과 호흡한 베테랑 지휘자다. 2025년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 취임이 예정됐을 정도다. 흐루샤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0년, 2013년 서울시향을 지휘하며 국내 청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휘자 정명훈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던 시기에 같은 악단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정명훈은 나의 지휘 인생 초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지휘자다. 그에게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어떤 행동이나 설명 없이 음악 그 자체로 청중과 완벽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 밤베르크 심포니의 자연스러우면서도 특별한 색채를 온전히 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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