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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반일 외치며 이득 취하는 세력 있다"…野 공세 '작심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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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21일 국무회의 발언은 20여 분에 걸쳐 한·일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과 추진 배경, 그리고 기대 효과 등을 직접 국민에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대국민 담화’를 방불케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이례적으로 23분간 TV로 생중계됐다. 글자 수로는 공백을 제외하고 5700여 자에 달했다. 통상 대통령의 국무회의 첫머리 발언은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앞서 일본과의 협력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3·1절 기념사는 5분(1300여 자) 분량에 그쳤다.


발언의 상당 부분은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 할애했다. 우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선제적으로 결단하기까지 국가 지도자로서의 고뇌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 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술회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해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보고, 양국 경제와 안보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과거사 문제로 반일 감정이 확산할 수 있는 국내 정서에서 대일(對日) 외교 정상화를 추진한 것은 당장 여론이 악화할 것을 감수한 ‘고독한 결단’이었음을 부각한 것이다.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을 추진한 근거로는 1965년 한·일이 맺은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꼽았다. 역대 정권이 특별법을 제정해 보상한 사례를 대상과 액수 등 구체적 숫자까지 들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게 됐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분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일을 ‘굴욕외교’라고 비판한 야권을 향해서는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이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며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발언 곳곳에 국내외 주요 정치 지도자의 일화를 소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일 관계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전쟁범죄로 피해를 본 중국이 배상 요구를 포기했던 일을 언급하면서는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의 발언을 인용했다. 저우 총리는 1972년 베이징에서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전쟁 책임은 일부 군국주의 세력에 있으므로 일반 일본 국민, 더욱이 차세대에 배상 책임의 고통을 부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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