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 전문기업 피씨엘이 오염된 혈액을 걸러내는 대형 혈액스크리닝 장비에 대한 케냐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케냐를 시작으로 콩고와 나이지리아 등 주변 아프리카 국가 진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피씨엘은 케냐 보건부 산하 의약품관리위원회로부터 다중면역진단이 가능한 대형 혈액스크리닝 시스템 ‘하이수(HiSU)’에 대한 등록허가를 취득했다고 21일 밝혔다. 하이수는 540개의 검체를 4시간 안에 선별해내는 장비다.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C형과 B형 간염, 매독 등의 발병인자를 다중 진단할 수 있다. 하이수의 허가 기간은 2028년 3월 16일까지 5년이다. 이 기간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대한 다중진단 시약을 케냐 현지 혈액원, 대학병원 등에 납품할 예정이다.
혈액 선별은 수혈을 받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장비 등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관련 절차가 생략되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하이수 허가는 케냐 복지부 장관이 현지에 첨단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껴, 절차가 순조로웠다고 피씨엘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32년 만에 방한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을 만나 제품 허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케냐 보건당국에서 허가받으면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브룬디 등 동아프리카경제공동체(EAC)에 속한 국가들로의 진입도 용이하다. 피씨엘은 이 외 콩고와 나이지리아 등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도 빠르게 진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케냐에서만 1000억원 규모의 스마트혈액원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이번 허가가 아프리카 및 중동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혈액원은 피씨엘이 코로나19 진단만큼이나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아프리카 등 제3국은 혈액검사를 할 장비나 인력이 부족해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아놓은 피에 바이러스가 있는 혈액이 섞여들어와 다 버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김 대표는 모로코에 이어 케냐에도 하이수 장비를 공급하고 제3국에 혈액검사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구가 많은 인도 중동 등에도 하이수를 공급해, 전 인류가 효율적으로 혈액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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