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양당 대표의 발언이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이뤄진 회동에서 “정쟁이 아니라 민생 경쟁을 하자”며 손을 맞잡은 지 나흘 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대통령이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서는 “일본 비위만 맞춘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굴욕적 태도”라고 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두고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평화헌법 무력화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을 거역하고 역사를 저버린 이 무도한 정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이 굴욕적인 야합을 주권자의 힘으로 반드시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야당의 공격에 날을 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야당 대표로서 너무나 가볍고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과감하고 대승적인 결단에 더 이상 찬물을 끼얹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여전히 구한말식 ‘죽창가’를 외치며 ‘수구 꼴통’ 같은 반일 선동질에 매달리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의 무책임한 국내 정치용 ‘닥치고 반일’ 행태는 국익에 손실만 끼칠 뿐”이라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이재명 방탄’을 위해 국회를 망가뜨리더니, 이제는 민주당 내 비명계의 양심선언을 억누르기 위해 외교 문제까지 방탄 소재로 삼는다”며 “국익을 해치는 민주당의 생떼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한·일 위안부 협정을 파기한 것도 아니고 파기하지 않은 것도 아닌 무책임한 상태로 한·일관계를 파탄시켰다”며 “아무 대안 제시 없이 죽창가와 반일 감정만 부추겨 국내 정치에 이용했을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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