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미국 타이거글로벌의 포트폴리오 가치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술기업의 가치가 많이 삭감돼서다. 성장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유동성이 말라붙으면서 벤처투자 빙하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타이거글로벌이 투자한 비상장 스타트업의 가치(지난해 말 기준)는 전년보다 33%가량 줄어들었다. 금액으로는 230억달러(약 30조원)가 증발했다. 타이거글로벌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벤처 펀드는 작년 4분기에만 평가가치가 9~25% 줄었다. 2020년 50억달러 규모로 결성된 벤처펀드인 ‘PIP 12’의 내부수익률(IRR)은 작년 6월 말 22%에서 그해 말 9%로 크게 떨어졌다. 다른 벤처펀드인 ‘PIP 11’의 IRR은 같은 기간 23%에서 13%로, ‘PIP 10’은 39%에서 35%로 하락했다. 기존 벤처 펀드의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벤처투자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상장 기술기업 투자심리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올해도 타이거글로벌의 수익률은 고전할 전망이다. 타이거글로벌이 투자한 중국 바이트댄스(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는 서방의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민감한 정보가 틱톡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자결제 기업 스트라이프의 평가 가치가 최근 ‘반토막’ 난 여파도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 15일 스트라이프는 기업가치를 500억달러로 인정받아 65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1년 기업가치 평가액인 950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타이거글로벌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보유 중인 스트라이프 지분 가치가 16억달러라고 공개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가치는 8억5000만달러 밑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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