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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격동의 소련, 혼란스럽던 천재 작곡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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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스탈린 치하 옛 소련의 격동기를 힘겹게 버텨낸 음악가. 아홉 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면 죽는다는 ‘9번 교향곡의 저주’를 깬 작곡가. 교향곡의 대가로 꼽히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일생을 다룬 전기가 출간됐다. 800쪽이 넘는 분량으로 그의 인생을 촘촘하게 다룬다.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는 2006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개정판의 번역본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윌슨은 첼리스트이기도 한데, 어릴 때부터 쇼스타코비치의 연주회를 직접 찾았을 정도로 팬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절친한 친구 중 하나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스승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폴란드계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쇼스타코비치는 열아홉에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한 천재였다. 20대 초중반에 니콜라이 고골의 풍자소설을 각색한 오페라 ‘코’를 작곡한 데 이어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등으로 젊은 나이에 이름을 날렸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정권에서 핍박받았다. 정권에 밉보인 그의 음악에 형식주의란 딱지를 붙여 비판을 쏟아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복무하지 않은 죄를 물은 것이다. 결국 2차 대전 시기 선전 도구로 활용돼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고, 정권의 강압에 못 이겨 공산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당의 지침에 따라 강압적으로 쓴 자신의 음악마저 사랑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지인과의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쓴 음악이 부끄럽지는 않소. 나의 모든 곡을 다 사랑하오. 절뚝거리는 아이라도 부모에게는 늘 사랑스러운 법이라지 않소.”

저자는 쇼스타코비치 음악 속에 감춰진 비밀들도 들춰낸다. 예를 들어 그가 작곡한 현악 4중주 5번을 그의 여성 제자이자 친밀한 관계였던 우스트볼스카야의 클라리넷 3중주와 연결해 분석하면서 그가 음악 속에 남긴 ‘은밀한’ 메시지를 찾아가기도 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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