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등의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채택한 상장사가 작년보다 2.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적극적 주주활동에 따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17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 가운데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채택한 기업은 25개다. 작년(10개)보다 150.0% 급증했다.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도 2021년 27개에서 지난해 47개로 74.1% 늘었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 증가율이 매우 가파른 수준이다. 미국의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는 2021년 462개에서 지난해 511개로 10.6%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확대에 더해 정부의 제도 개선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2020년 개정된 상법의 ‘3%룰’과 새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물적분할 규제,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이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행동주의 대상 기업의 공통점으로 △업종 평균 대비 지나치게 낮은 밸류에이션 △시가총액 대비 과도하게 많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안정적 재무구조 대비 정체된 배당성향 등을 꼽았다.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만한 기업으로 HMM, 크래프톤, 금호석유, OCI, DB하이텍 등이 이름을 올렸다.
키움증권은 지배구조 개선이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에스엠의 신고가 경신이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여력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활동 개시 이후 최고가까지 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2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실적과 주가가 동행하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행동주의 및 주주 제안의 증가는 잠재적인 투자 기회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