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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영혼…Perf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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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홍차에 마들렌을 적셔 한입 베어 문 순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버터향 머금은 마들렌 향은 까맣게 잊혀진 일들을 모조리 불러냈다. 숙모가 내주던 마들렌, 잊고 있던 그 무렵 기억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자전적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바로 그 향에서 시작됐다. 어떤 향기가 기억을 이끌어 낼 때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후각은 강력하다. 우리의 코는 1만 개 정도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 모든 감각 가운데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뇌 속에 저장된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냄새가 많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에서 덮던 담요 냄새, 타들어가는 장작에서 스며나오던 나무 냄새, 하얀 파도가 부서지던 한여름 해변의 모래 냄새…. 수십 년이 흘러서도 이런 냄새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이유다.

냄새는 인간을 구분 짓는다. 몸에서 나는 냄새가 저마다 다르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기가 저마다 달라서다. 향수 대중화를 이끈 ‘샤넬 넘버5’는 마릴린 먼로의 상징이기도 했다. 잘 때 뭘 입고 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샤넬 넘버5 두 방울”이라고 답하면서다. 요즘 사람들이 ‘니치(niche) 향수’에 관심을 두는 배경도 여기 있다. 나만의 정체성, 나만의 가치를 알리는 희귀한 향을 찾아 나선 것이다. 여러 향을 겹쳐 그날의 패션과 날씨에 어울리게 조합하고, 그날의 기분을 표현하기도 한다.

향수 문화가 가장 발달한 프랑스에는 일종의 ‘향 보관소’도 있다. 베르사유에 있는 오스모테크는 마치 종자보관소처럼 수천 종의 향을 보존한다. 한때 유행하다가 단종된 향수, 더 이상 맡을 수 없게 된 어떤 자연의 향, 우리가 잊고 있던 옛날의 냄새까지 차곡차곡 쌓인다. 향수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탐험하는 사람도 있다. 조향사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지휘자 또는 작곡가에 비유한다. 수많은 음표가 모이고 흩어지는 한 편의 노래처럼, 많은 사람이 정교한 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처럼, 조향사는 그렇게 향을 조율한다. 오래된 기억의 열쇠, 인생을 드러내는 개성의 무기, 누군가에겐 직업이자 탐험의 대상. 향수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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