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는 진천, 죽어서는 용인에 거한다’는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말 때문에 경기 용인은 음택(陰宅·무덤)풍수의 길지로 유명하다. 민담이나 설화에서 유래한 이 말의 원래 뜻은 다르다고 하지만 용인은 예로부터 권세가들의 묏자리로 인기가 높았다. 한양에서 100리까지는 왕릉이 들어서므로 이를 벗어나 찾을 수 있는 길지가 용인이라고 풍수가들은 설명한다. 주산인 석성산을 중심으로 경안천, 탄천, 오산천이 흐르고 나지막한 야산이 많아서 생기가 모이는 땅이라는 것이다.
경부·영동고속도로 개통 후 1980년대까지만 해도 10만 명대였던 용인 인구는 2000년대 들어 급팽창했다. 기흥, 수지 등 잇따른 택지 개발 덕분이다. 2000년 38만여 명이던 인구는 2010년 87만여 명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현재 인구는 107만여 명. 수원(119만여 명)보다 적고 고양시와 비슷하지만 이들 도시보다 면적이 훨씬 넓고 개발할 여지가 많아 인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월에는 수원·고양·창원과 함께 일반적인 시와 차별화한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행정 및 재정 자치 권한이 큰 특례시로 지정됐다.
도농복합도시였던 용인은 베드타운을 넘어 산업도시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LIG넥스원 등 굵직한 기업의 본사가 용인에 있다. 소재, 부품, 장비를 비롯한 제조업 생산시설과 물류센터,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와 연수원 등도 수두룩하다. 용인특례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업체 6700여 개, 대학·대학원 19개, 연구소 423개, 연수원 68개 등 산·학·연이 고루 분포한 것이 장점이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고급 인력이 수도권의 마지노선으로 인식하는 곳이 용인이라고 한다. SK하이닉스가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어 삼성이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해 남사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해 용인은 거대 산업도시로 팽창할 전망이다. 음택풍수보다 중요한 것이 삶의 환경과 관련한 양택(陽宅·집터)풍수라고 한다. 일자리가 ‘사거용인’을 ‘생거용인’으로 바꿔놓고 있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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