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주얼리 브랜드인 파베르제가 시계에 진출한 건 2015년. 유명 독립시계 제작자인 장마크 비더레흐트와 협업해서 만든 ‘레이디 컴플리케 피콕’은 2015년 출시하자마자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레이디 하이-메크 워치’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돼 시계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공방을 연 첫해에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을 받은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레이디 컴플리케 피콕 워치는 1908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어머니인 마리아 표도르브나에게 선물했던 피콕 에그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크라운을 기준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다이얼 속 아워 링을 통해 몇 시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백미는 다이얼 속 공작새가 날개를 서서히 펼치면서 날개 끝이 가리키는 숫자가 분을 표시한다는 점이다. 날개가 60분에 도달하면 다시 원점으로 한 번에 날개가 확 접히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이다. 접힌 날개는 다시 유영하듯 천천히 시간의 흐름을 타고 이동한다.
파베르제는 이듬해 남성시계 ‘비저네르 DTZ’를 제작해 또 한번 GPHG에서 ‘트래블 타임’ 부문을 수상했다. 이 역시 장마크 비더레흐트와 협업한 시계로, 중앙에 세컨드 타임존 시간을 보여주는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어느 나라를 가도 분은 같고 시간만 다르다는 데서 착안해 세컨드 타임존의 시간만 가운데 숫자로 보여주는 방식을 과감하게 택한 것이다. 한눈에 두 곳의 시간대를 알 수 있다. 24시간 단위로 시간을 보여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