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박기영 금통위원은 실리콘밸리뱅크(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피벗(정책 전환)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16일 밝혔다.
박 위원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유럽 은행권 위기로 인해 다음 달 금통위 결정이 달라질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 위원은 금통위 내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된다. 2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에 표를 던졌지만, 연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박 위원은 다음달 11일 열리는 4월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한 뒤 임기를 마친다.
박 위원은 "국내 물가, 미국 중앙은행(Fed), 중국 상황 등을 변수로 고차 방정식을 풀어 결정을 내렸는데, 최근 1주일 동안 5차 방정식이 7차, 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SVB 경우만 봐도 이 정도면 (여파가) 제한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다시 CS로 옮겨 갔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맨데이트(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적인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며 "이번 사안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파급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통화정책 결정 시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아래서만 주요 변수를 고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이달 물가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물가가 올랐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물가가 꺾였다는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고, 근원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SVB 사태에 대해서는 "교과서적인 원칙을 놓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처음에는 안전자산인 국채, 주택저당증권(MBS)을 많이 가진 은행이 망했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니 은행은 기본적으로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바꾸는 기관인데, 이자율에 대한 헤징(위험 회피)을 안 하는 등 너무 교과서적인 원칙들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과 대중의 소통을 위해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박 위원은 "언론이 민간의 경제 인식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활발해지는 중앙은행의 대중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은 주로 언론을 매개로 이뤄지므로 언론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