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로 코로나' 시기에 중단했던 외국인 관광비자를 다시 발급한다. 단기출장 시 절차가 까다로운 상무 등 다른 비자 대신 관광비자를 활용했던 기업 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14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외국 주재 중국 비자 발급 기관은 외국인의 모든 중국 입국 비자 발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주한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15일부터 관광비자의 심사 및 발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하이난 무비자 입국, 상하이 크루즈 무비자 입국, 홍콩 및 마카오 지역 외국인 단체의 광둥성 무비자 입경 등도 다시 허가한다.
중국대사관은 "2020년 3월 28일 전에 발급된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비자는 효력이 회복돼 정상적으로 입국할 수 있다"고 알렸다. 중국은 코로나19가 해외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그 이전에 발급된 모든 비자의 효력을 중지시켰다. 이후 9월에 유학과 취업 등 일부 비자의 발급을 재개했다. 2021년 1월 상무(비즈니스), 친지 방문 등 기타 비자 업무를 시작했으나 관광비자는 계속 중단했다.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외국발 입국자의 격리를 없앤 중국이 외국 관광객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대외 방역 장벽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에는 경제 회복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이 자국 내 관광 산업 진흥을 고려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또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 출장 시 조건이 까다로운 상무비자나 문화교류비자 대신 관광비자를 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관광비자 재개는 외국 기업의 중국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무비자나 교류비자는 중국 내 기관의 초청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관광비자는 초청장 대신 왕복비행기표와 호텔예약확인서 등의 관광스케줄을 제출해도 된다.
리창 중국 신임 총리는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개혁개방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비자 발급 정상화는 이런 기조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는 '외국인의 중국 관광' 문제이며, '중국인의 외국 관광'과는 관계가 없다. 중국은 단체여행 대상 국가를 15일부터 60개국으로 늘리지만 한국과 미국, 일본은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이 자국민 단체여행을 모든 국가에 허용하더라도 '한한령'을 풀지 않는 이상 한국행 단체관광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