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
‘K바이오 대표주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복귀한다. 지난 3일 셀트리온그룹은 공시를 통해 서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사회 공동의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3형제’로 불리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 오는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최종 확정하면 서 명예회장은 2년 만에 다시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셀트리온 경영진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를 위해 창업주인 서 명예회장의 한시적 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3일 4.80% 올랐다. 같은 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7.05% 상승했고, 셀트리온제약은 15.58% 급등했다.
서정진 복귀 소식에 증권사 보고서 10개 쏟아져
증권사도 일제히 보고서를 쏟아냈다. 3일 이후 17일까지 10개의 보고서 내용을 종합해 봤다. 유진투자증권은 “서 명예회장의 복귀는 중장기 전략 수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기 부진으로 위축된 제약·바이오 업황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분석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셀트리온이 단행하고 있는 투자를 보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단일 항체를 넘어 신규 모달리티(Modality)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및 신약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투자가 2026년 이후 셀트리온그룹의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셀트리온의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106억원(전년 동기 대비 15.4% 하락), 영업이익은 1006억원(전년 동기 대비 50.2% 하락)으로 추정치를 밑돌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은 일회성 비용 발생과 코로나 진단키트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자산 충당금 약 500억원이 반영된 결과”라며 “유플라이마(CT-P17·자가면역질환치료제)가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7월 미국에 출시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올해 매출은 2조4860억원, 영업이익은 7470억원으로 전망했다. 유플라이마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연간 매출 약 27조원)인 휴미라의 특허 만료로 셀트리온이 내놓는 신제품이다. 글로벌 점유율 5%만 차지해도 연매출 1조원이 예상된다.
DS투자증권은 “셀트리온 주가는 2020년 12월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주가 하락 요인은 유플라이마 FDA 품목허가 지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플라이마는 FDA 해외 DP(완제) 제조소 실사 과정에서 지적 사항이 발견돼 허가가 늦어졌으나, 이는 자발적 시정 조치를 요청하는 VAI(Voluntary Action Indicated) 등급으로 확
인됐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해당 등급은 추가적인 FDA 실사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유플라이마는 예정된 출시일에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목표주가는 20만5000원을 제시했다. 19일 기준 10개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21만6000원이다.
2주간 관심 집중 … 셀트리온 9% 상승, 셀트리온제약 68% 급등
증권사의 긍정적인 시선에 셀트리온 주가는 약 2주간 8.91% 상승(2일 종가 대비)했다. 기관은 셀트리온을 11 거래일간 104만4671주 순매수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8.92% 올랐고, 셀트리온제약은 68.85% 뛰었다. ‘셀트리온 3형제’ 중 시가총액이 가장 낮은 셀트리온제약은 관련 뉴스가 나오면 호재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 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6개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1,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CT-P47 등 5개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창립 이후 최다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 신청으로 중장기적 매출 상승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사측 “신약 개발도 노력 … 3社 합병은 검토 중”
그는 “램시마SC가 유럽에서 지난해 3분기 14.3% 점유율을 기록했다”며 “최근 유럽에 출시한 블록버스터 신약과 비교했을 때 판매 수량 기준으로 가장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램시마SC는 연말 FDA 허가 획득을 예상하고 있다. 또 “새로운 플랫폼 기술과 항체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해 신약 개발 회사의 모습도 갖춰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ADC(항체약물접합체), 이중항체 등 분야에서 기술 투자를 지속해 바이오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항암바이러스, 마이크로바이옴, 경구형 항체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셀트리온 3형제’ 합병 시기를 묻는 질문엔 “3사 합병 절차는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정확한 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주주들을 위해서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2월 500억원 규모 완료)해 매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주가는 바닥에 근접한 것 같다”며 “2차전지株, 로봇株, 챗GPT株 등으로 붙었던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 코스닥시장 한 축을 담당하는 제약·바이오株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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