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렇지만, 골프에서도 선수 영입은 신생 구단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다. 거물급을 끌어모으려면 돈이 많이 들고, ‘뉴 페이스’로 채우면 구단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힘들다. 골프업계에선 올해 출범한 두산건설도 이런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만큼 두산건설이 인기 선수를 영입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보물이 한가득이었다. 두산건설은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에서 골프단 창단식을 열고 임희정, 유현주, 박결, 유효주와 국가대표 김민솔 등 5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추어인 김민솔을 빼면 모두 ‘스타급 선수’다. 통산 5승의 임희정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정상급 선수로 꼽힌다. 각각 1승을 거둔 박결과 유효주 역시 대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이다. 2012년 투어에 데뷔한 유현주는 방송과 광고업계를 종횡무진하는 ‘골프 엔터테이너’로 통한다.
두산건설은 이런 스타들을 잡기 위해 거액을 베팅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드림(2부)투어에서 뛰는 유현주에게 1부투어 ‘허리급’ 선수가 받는 계약금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계약을 맺은 임희정 역시 투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우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결과 유효주도 이전 후원사보다 높은 금액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두산건설은 올해 KLPGA투어에 신생 대회를 개최하는 데 10억원이 넘는 돈을 쓸 예정이다.
이런 과감한 베팅의 배경에는 두산건설을 2년 전 인수한 큐캐피탈파트너스의 ‘골프 사랑’이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은 2년 전 노랑통닭을 인수하면서 드림투어 골프단을 창단했다. 이 덕분에 노랑통닭 이미지 제고에 톡톡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큐캐피탈은 두산건설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골프를 선택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큐캐피탈이 이른바 ‘대장동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는 두산건설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골프를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두산건설은 큐캐피탈이 인수하기 전인 2014~2018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특혜를 받은 대가로 광고비 명목의 불법 후원금을 낸 의혹을 받았다.
한 국내 사모펀드 관계자는 “언젠가 두산건설을 매각해야 하는 큐캐피탈 입장에선 대장동 흔적을 희석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이미지도 쌓을 수 있는 골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