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모든 카드 꺼내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강하게 비판한 이후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업권별 협회 및 금융권과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앞으로 몇 차례 회의를 더 한 뒤 오는 6월 말까지 최종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지금까지 회의에선 신규 은행 추가 인가,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업무 범위 확대 등이 집중 논의됐다. 신규 은행 추가 인가와 관련해선 특화은행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검토됐다. 은행과 비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위해선 카드사의 종합 지급 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 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 결제 겸영 허용, 비은행의 정책자금 대출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사 등 53개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금리와 한도 등을 한눈에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5월에 선보이고, 올해 안에 온라인을 통해 주택담보대출도 갈아탈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현실의 벽 넘기 쉽지 않아
하지만 벌써부터 이들 방안의 실현 가능성과 적절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은행을 늘리는 방안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평균 자본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5조원의 자본이 필요한데 자금을 댈 기업이나 투자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특화은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시중은행이 대부분 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업무로는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은행 수만 늘어나면 과점 해소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경쟁만 과열돼 은행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많다.
카드·증권·보험사에 지급 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을 예치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 반면 비은행권은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아 건전성·유동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은행권의 리스크가 은행 등 금융산업 전반의 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업계와 금융소비자 사이에선 은행 경쟁 촉진 논의가 결국엔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