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한 작년 하반기부터 아파트값이 급락한 경기 화성에서 갭투자(전세 낀 아파트 매매)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적지 않은 데다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어 무리한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들어 갭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61건이 손바꿈한 화성으로 집계됐다. 이어 세종(53건), 인천 연수구(41건), 경기 평택(40건) 순이었다. 아실은 아파트 매매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내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면 갭투자 거래로 분류한다.
집값이 단기간 급락하면서 매매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화성 진안동 ‘진안골마을 주공10단지’ 전용면적 51㎡는 최근 2억3500만원에 팔렸다. 전세보증금 2억2000만원에 임대 계약이 이뤄진 매물로,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1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주택형은 한때 최고가가 3억8000만원(2021년 9월)에 달했지만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전셋값과 격차가 축소됐다. 전셋값도 기존 2억원대 이상에서 1억6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매물은 세입자가 기존 계약금(2억2000만원) 그대로 계약을 갱신한 사례였다.
화성 청계동 ‘동탄역 시범 호반써밋’ 전용 84㎡도 전세보증금 7억원이 낀 매물이 7억7800만원에 거래됐다. 두 가격의 차이가 7800만원이다. 이 단지 역시 2021년 9월 최고가가 11억5000만원에 이르렀지만 최근 집값이 크게 빠지면서 갭투자가 이뤄졌다.
지난달 매매 계약이 성사된 병점동 ‘병점역 에듀포레’ 전용 75㎡도 매매가(3억원)와 전세보증금(2억7000만원) 차이가 3000만원에 불과했다. 이 단지는 2021년 1월 4억17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거래가가 3억원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으로 화성 지역의 갭투자가 쉬워진 것은 맞지만 투자 시기로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조언했다. 집값 못지않게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어 자칫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최근 갭투자가 이뤄진 ‘병점역 에듀포레’ 전용 75㎡는 전셋값이 한때 3억30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반값인 1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대외 환경이 불안한 시기라 무리한 투자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전세 사기 이슈도 불안 요인인 만큼 현금 여력이 충분한 경우에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