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한세실업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관련주 주가가 반등에 성공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주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달리 작년 4분기에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면서다.
9일 영원무역은 4.75% 오른 4만7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5.23% 급등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한세실업(1.84%), 화승엔터프라이즈(2.38%) 등 다른 의류 OEM주도 상승 마감했다.
이들 기업이 탄탄한 실적을 입증하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영원무역은 전날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4% 증가했다고 밝혔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32.5%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한세실업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4.2% 상회했다.
미국 의류 소비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의류 OEM 업체들은 노스페이스, 갭, 아디다스 등 해외 의류·잡화 브랜드 제품을 대신 만들어 공급한다. 미국 내수 경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인다.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미국향(向) 매출 비중은 각각 40%, 90%에 달한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의류 재고비율은 작년 말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피크아웃(정점 통과)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의류 OEM 업체들은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수익성도 개선된다.
증권가에서는 OEM 업체별로 실적이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주요 고객사인 영원무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영원무역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둔 이유에는 수주 단가(P) 상승도 있지만 판매량(Q) 증가 영향이 크다”며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등 경기 민감도가 낮고 경쟁력 있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어 올해도 안정적인 수주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세실업은 올 1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업황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영원무역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