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노동단체를 보조금 지원 사업 선정에서 배제하기로 한 정부의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 방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노동조합 외에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에도 지원금을 준다는 내용에도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노총은 9일 고용부가 입법 예고한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 운영 규정 일부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2월 27일 지원사업 규정을 입법예고 했다. 주요 개정내용은 제2조에 규정된 지원 대상 기관에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를 추가해 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지원사업 예산 44억 원의 50%를 신규 참여 기관에 배정해 근로자협의체와 MZ 노조 등 새로운 노동단체가 참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사업 신청 시 제출서류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4조에 따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지 제12호 서식의 증빙자료’를 추가했다.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단체는 선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따른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와 보조금 사업 운영은 실질적 관련성이 없으므로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당결부금지 원칙이란 행정기관이 행정 활동을 하면서 해당 행정 활동과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반대급부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상의 원칙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자에게 주택 사업계획승인을 하면서 그 주택과 관련이 없는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하면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반된다.
한국노총은 또 “운영 규정 개정안의 모법인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은 국가가 위탁?보조할 수 있는 대상을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개정 운영 규정은 노사관계발전법에서 위임한 한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를 임의로 위탁?보조의 대상에 추가하는 개정안은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최근 한국노총 등이 보도자료를 통해 "경총 등 사용자 단체가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경총은 2022년 경총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116억7000만원에 달한다는 한국노총 등의 지적에 대해 "한국경총이 아니라 15개 지방 경총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공모사업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한국경총과 지방 경총은 완전한 별도 법인으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한국경총이 이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총은 "국고 보조금과 관련된 노동조합의 도덕적 해이 등의 논란과는 그 취지나 성격이 전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총은 "고용부에 매년 회계자료를 보고하고 있다"며 "회계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사업보고, 재무제표 등 회계자료를 홈페이지에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