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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100억마리 사라졌지만…"괜찮다"는 정부, 이유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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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꿀벌 실종이 양봉산업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발표한데 대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반발하고 나섰다. 그린피스는 8일 성명서를 내고 대한민국 정부에 범국가적 꿀벌 보호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으로 약 40~50만 봉군(약 100억 마리로 추정)이 사라졌지만 양봉산업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폐사 원인은 꿀벌의 기생충인 응애의 방제 실패가 주를 이루며, 기후변화는 이번 꿀벌 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응애 피해 규모의 증가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 남부 지방은 역대 최장의 가뭄을 기록하고 연평균 기온은 12.9도로 평년보다 0.4도 높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기후변화로 응애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또 농식품부 발표처럼 지난해 꿀 생산량이 평년대비 늘어난 것은 적은 강수량으로 아까시 나무 꽃대 발육과 봄 벌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그린피스는 2년 전인 2020년에는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집중호우로 꿀 생산량이 약 1만t(평시 2만톤t대비 50% 감소)에 그친 것을 예로 들며 불규칙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꿀 생산량도 들쑥날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꿀 생산량은 양봉산업의 지표일 뿐, 종 다양성 지수 등 생태계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꿀 생산량이 높다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가 한국의 양봉 사육밀도가 ㎢당 21.8 봉군으로 미국의 80배 수준에 달해 생태계 영향이 적다고 한 것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화잉라고 했다. 꿀의 원천이 돼 밀원수의 양을 가늠할 수 있는 천연 꿀 생산량으로 비교하면 미국은 한국의 2~3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의 밀원수는 지난 50여 년간 70%나 줄어들었다. 벌들이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양봉 사육밀도가 전 세계 1위란 것은, 벌들이 좁은 땅 안에서 줄어드는 먹이를 두고 벌들이 경쟁을 한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한국의 벌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월동 피해 후 여왕벌이 개체 수를 증식하므로 괜찮다는 정부 의견에도 반박했다. 월동 피해 규모는 매년 악화되는 만큼 여왕벌의 번식 능력만으로는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꿀벌이 아닌 나비, 야생 벌 등에 의한 화분매개 비중이 크므로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도 우려를 표했다. 양봉 꿀벌이 사라지는 환경이라면 야생벌을 비롯한 곤충의 생존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현재의 꿀벌 문제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더불어 환경부, 산림청 등 정부 다부처로 구성된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했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은 다 부처, 다국가간 위원회를 설립해 꿀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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