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 절반이 굿즈(상품) 수집 목적으로 실물 음반을 구매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K콘텐츠 대표 장르로 자리잡은 K팝의 팬덤 마케팅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2년간 K팝 유료 팬덤 활동 경험이 있는 만 14세 이상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말부터 2주간 설문 조사(중복응답)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7%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결과를 7일 내놨다.
음반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음반 수집(75.9%)’이 가장 많았으나 ‘굿즈 수집(52.7%)’, ‘이벤트 응모(25.4%)’라고 응답한 소비자도 많았다. 특히 랜덤으로 들어가 있는 굿즈를 얻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194명)가 동일 음반을 평균 4.1개 산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가장 많게는 90개까지 구매한 사례도 있었다. 이벤트 응모를 목적으로 구매한 소비자(102명)는 평균 6.7개를 구매했고, 최대 80개를 구매하기도 했다.
일례로 연예인의 사진이 담긴 포토카드는 최근 2년간 발매된 주요 K팝 음반 50종 중 96.9%에 들어 있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의 경우 총 78종을 제공했고, 1개 음반에 랜덤으로 6종이 들어있었다.
소비자원은 "모든 종류의 포토카드를 수집하려면 최소 13장의 음반을 구매해야 하는 셈"이라며 "현재 팬덤 시장에서 굿즈는 부가상품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는 주요 목적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관련 정보 제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음악 감상 방식이 음원·동영상 스트리밍이 주류가 되면서 음반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비중은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83.8%가 주요 음악 감상 방법에 대해 음원·동영상 스트리밍이라고 응답했고, CD를 활용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했다.
또한 K팝 팬들은 음반(78.9%), 포토카드(55.6%), 응원도구(43.4%) 등 상품을 평균 연 4.7회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구매금액은 '5만원 초과∼10만원 이하'가 27.6%로 가장 많았지만 100만원 이상 지출했다는 응답도 2.8%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팬덤 마케팅 관련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배송지연(29.0%), 불합리한 가격책정(20.6%), 굿즈의 랜덤 지급 방식(15.2%) 등을 꼽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팬덤 마케팅 관련 소비자 불만건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9년 123건에서 2020년 180건으로 뛰었고, 2021년 301건, 지난해 299건을 기록했다.
불만 유형별로는 '제품 배송지연·미배송'이 200건(22.1%)으로 가장 많았다. '품질 불량·제품하자'가 168건(18.6%), '환불·교환지연' 141건(15.6%) 등이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포토카드·포스터' 208건(23.0%), '음반·DVD' 124건(13.7%) 등이 많았다.
소비자원은 "조사대상 음반 50종 중 22%(11개 음반)만 CD가 없는 디지털 음반 사양을 포함하고 있었다. 굿즈 수집을 위해 불필요한 CD를 다량 구매 후 폐기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형태의 음반 발매 확대, 굿즈의 별도 판매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