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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싸운 '소녀 리버스'…"K팝 아이돌 인기 이유 알았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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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여 계급장을 떼고 반말로 경쟁하는 모습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일은 버추얼 걸그룹 서바이벌 '소녀 리버스'에서 현실이 됐다.

'소녀 리버스'는 전·현직 걸그룹 멤버 30인이 모여 데뷔를 걸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반 오디션 서바이벌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은 이 구성은 '버추얼'이라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예능계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버추얼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참가자들의 입에서는 거침없는 발언들이 쏟아졌고, 이는 곧 예능적 재미로 이어졌다.

2D 캐릭터들이 끌어가는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덕후'가 아니면 누가 볼까 싶었지만 '소녀 리버스'는 국내는 물론 해외 K팝 팬들의 관심까지 얻고 있다. "재미가 없지 않을 것"이란 제작진의 굳은 신념 하나로 올곧게 달려온 프로그램은 6일 오후 9시 파이널 무대를 공개, 최종 데뷔 멤버 5인을 결정한다.

'소녀 리버스' 손수정 PD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3~4월경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코로나19로 소통이 불가능해지고, 지치는 와중에 '요즘 애들은 뭘 하고 놀까', '어떻게 소통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노는, 이른바 '서브 컬처'가 있더라. 여기에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밝혔다.

제작진 역시 아이돌에 관심이 많았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손 PD는 "내가 여자 아이돌 마니아자 애니메이션 덕후다. 조주연 PD는 왕년에 아이돌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덕질 문화'에 빠삭했다. 다만 일반 대중들이 어떻게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풀어가는 게 과제였다"고 전했다.

이어 "프로그램이 엄청 화제가 된다거나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재미가 없진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소녀 리버스'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방송국에서 수없이 봐온 아이돌 멤버들의 매력 그 자체였다고 한다. 손 PD는 "4월부터 미팅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아이돌이 있었다. 이 친구들을 다 모아놓으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를 보여주고 싶은데 꽁꽁 숨겨둔 친구들도 많았고, 기회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오디션으로 개개인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섭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었냐는 물음에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몰입을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각 버추얼 캐릭터에는 새롭게 만든 서사가 부여돼 있다. 가상 세계에 얼마나 푹 빠져 캐릭터의 서사를 잘 이끌어가느냐가 중요했다는 설명이었다.

손 PD는 "얼마나 예쁘냐는 건 절대 우리의 기준이 아니었다"면서 "눈을 감고 목소리를 들어보기도 했다. 이 친구가 가상 세계로 들어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겠다는 게 가장 큰 섭외 기준이었다. 또 성격이 비슷한 친구들이 있을 수 있으니 많이 겹치지 않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라는 소재는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가상 세계 속 캐릭터의 서사를 통해 허물려 했다고 한다. 손 PD는 "(메타버스가) 생소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아이돌 친구들이 부여된 서사에 몰입해 있으면 보는 사람도 온전히 캐릭터로 받아들이면서 거부감 없이 빠져드는 때가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명씩 어디서 태어났고, 취미는 무엇인지 등을 출연진들과 함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촬영부터 편집 등 모든 진행 과정이 일반 예능 프로그램보다 까다롭기도 했다. 두 PD는 "우리도 이번에 배운 게 많다"면서 "실제 현실 세계라면 조금 쉬웠을 문제인데 메타버스라서 발생한 비하인드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실제 연예인들과 촬영하면 카메라와 오디오, 모니터 팀, 진행 스태프, 작가 정도만 있으면 촬영할 수 있는데 메타버스 세계는 그 이상이 필요하더라. 공간을 제작하는 것도 현실 세계에서 만드는 것보다 두, 세 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다. 기계 한 대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스탠바이가 지연되기도 했다. 또 출연진들이 각자 부스에 있다 보니까 컨디션 등을 대면 촬영보다 늦게 알게 되더라"고 전했다.

일부 크리에이터들과 협의가 완료되지 않는 등 저작권 문제로 예정된 첫 공개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 PD는 "약속한 방영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기다려주신 많은 시청자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크리에이터들과는 한 분도 빠짐없이 협의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후속 논의까지 마친 걸로 알고 있다"면서 "한 번의 지연 이후로 서면 계약 및 크리에이터에 대한 보상 등 모든 협의를 마친 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처음 생각한 저작권 인식보다 많이 챙기지 못한 것 같다. 이번 계기를 통해 다음이 있다면 더 빡빡하게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그만큼 결과가 주는 감동은 배로 큰 '소녀 리버스'였다고 한다. 조주연 PD는 "촬영이 다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출연자들이 캐릭터 이름을 부르고, 실제 얼굴을 보면서도 반말을 하더라. '이 정도로 (선후배 간) 경계를 많이 낮춰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향후 버추얼 프로그램이 더욱더 발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 PD는 "'소녀 리버스'를 제작하면서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100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모인 상태에서도 (버추얼 세계가) 구현되는 게 신기하면서도 보람찼다"면서 "기기적으로만 조금 더 발전되면 훨씬 양질의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구성적으로는 충분히 예능화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했다.

'소녀 리버스'를 통해 탄생하게 될 걸그룹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아직 협의 단계에 있다"고 했다. 손 PD는 "구체적인 계획은 말하기 어렵지만 데뷔 조 5명을 데리고 너무 하고 싶은 건 신곡 발표다. 5월 초를 목표로 신곡을 발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해외 반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제작진은 "메타버스, 2D 캐릭터는 해외 팬들이 조금 더 익숙할 거라 생각했다"면서 일본인 멤버들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서도 "일본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고 했다.

끝으로 조 PD는 "'소녀 리버스'를 하면서 '이래서 K팝 아이돌이 인기가 많구나', '해외에서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면서 "아이돌 친구들이 매력이 많다는 걸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안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한다. 데뷔 조의 향후 활동에도 많은 기대와 사랑 보여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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