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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잘하는 사람 구해요"…요즘 뜨는 이 직업 [선한결의 IT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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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 구합니다. 법학 학위 보유자 우대.”

영국의 대형 로펌 미쉬콘 데 레야가 최근 낸 구인 공고입니다. 변호사 600여명을 직원으로 둔 이 로펌은 기업·부동산 문제나 분쟁 해결 등을 전문 분야로 두고 있는데요. 최근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기로 하고 초거대 언어모델 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찾고 있습니다. 생성형 AI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일만 전담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겁니다. 6일 기준 이 공고에 지원한 사람은 109명에 달합니다.

최근 ‘AI 잘 쓰는 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AI 서비스가 확산하는 영향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 새로운 직업이 떠오르는 한편 프롬프트 쓰는 법을 공부하려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개발자 소스코드 커뮤니티인 ‘깃허브’ 등에는 프롬프트 작성법과 시행착오 사례를 공유하는 토론방이 여럿 열려 있습니다. 좋은 프롬프트 비결만 모아 놓은 유료 E북(전자책)도 속속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AI 서비스가 많아지고, 고도화하면서 AI 활용 자체가 별도 업무가 되는 모양새”라며 “전담 인력을 내부에서 육성하거나 뽑으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AI에 입력하는 질문 수준에 따라 업무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챗GPT 등 생성형 AI는 질문에 따라 다른 결괏값을 냅니다. 하지만 어떤 명령어가 특정 결괏값과 정확히 이어지는가는 이용자뿐 아니라 개발자도 알 수 없습니다. 초거대 AI는 인간의 뇌 구조를 본뜬 대규모 신경망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입력값과 결괏값 간 연결 확률을 높이는 정도입니다.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선 목적에 맞게 프롬프트를 미세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결괏값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할 것, 모호한 단어를 쓰지 말 것, 짧은 문장 여러 개를 쓸 것 등을 조언합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이 내일 입을 옷을 정하려면 ‘서울 평균 3월 날씨’라고 입력하기보다 ‘최근 5년간 서울 3월 5~10일 평균 날씨’라고 입력하는 게 낫다는 얘기입니다.

명령어 하나로 단순 정보만이 아니라 상호작용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챗GPT로 모의 면접을 보는 사례가 그렇습니다. “나를 기자 직군으로 면접 봐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챗GPT는 기자직 면접장에서 나올 법한 질문을 단순히 여러 개 쏟아냅니다.


하지만 깃허브의 ‘챗GPT 질문 잘하기’ 토론방에 있는 모의 면접용 프롬프트를 넣어보니 얘기가 달라집니다. 마치 실제 면접 상황처럼 AI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명령어는 이렇습니다.

“면접관 역할을 해줘. 나는 기자 직군 지원자고, 너(챗GPT)는 질문을 하는 거야. 대화를 한 번에 쭉 쓰지 말고, 질문을 한 뒤 내 대답을 기다려줘. 따로 설명도 하지 마. 실제 면접관처럼 하나씩 질문하고 내 대답을 기다려줘. 내 첫 마디는 ‘안녕’이야.”


기업이나 업계 종사자들이 이같은 프롬프트 작성법 확보에 열을 올리는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시행착오에 돈과 시간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주요 생성AI 서비스는 프롬프트 입력 횟수나 문장 길이 등에 따라 돈을 받습니다.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 ‘달리2’는 단어당 이용료가 13센트입니다. 맘 편히 ‘제대로 안 되면 질문을 여러 번 바꿔보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AI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다면 프롬프트를 쓰는 데에 유리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AI가 데이터를 라벨링(분류) 해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보다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쓰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통계, 법학, 디자인 등 결괏값을 내야 하는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가 명확한 프롬프트를 쓸 수 있을 공산이 크다”며 “명령어를 미세조정 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이해한다면 업무 효율성을 확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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