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3일 기획재정부에 법인세 추가 인하 등이 담긴 건의서를 제출했다.
중견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재부에 보낸 ‘2023년 중견기업계 세제 건의’를 공개하면서 “주요 경쟁국들이 세금을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유독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 기업 활동과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세수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꾸준히 세율을 낮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7개국(G7) 등과 반대로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3.5% 상승해 2021년에는 27.5%에 달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은 물론 OECD 33개국의 단일 구간, 네덜란드·프랑스의 2개 구간과 달리 4개 과세표준 구간을 적용하고 2018년에는 3000억원 초과 구간까지 신설하는 등 글로벌 조세 트렌드와 반대로 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연말 국회의 격론을 거쳐 결정한 모든 구간 세율 1% 인하, 여전히 높은 24%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10년의 역행을 바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고 말했다.
중견련은 연구개발(R&D) 및 통합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기업 투자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한 비과세 감면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중견기업 대상 최저한세 비과세·공제·감면 등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은 기업에 최소한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견련은 “신성장 원천기술·국가전략기술 등 R&D 및 시설투자 관련 세제 지원이 늘었지만, 중견기업에는 여전히 7%에서 최대 17%에 달하는 최저한세가 적용돼 제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R&D 세액 공제에 대한 최저한세 적용에서 완전 제외된 중소기업과 달리, 중견기업은 관련 공제가 확대돼도 높은 최저한세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견련은 “제조 중견기업의 84.6%가 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데서 보듯, 기술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R&D와 시설투자 지원이 가장 절실하고 높은 효용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군은 다름 아닌 중견기업”이라며 “최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면 적재적소에 대한 투자와 지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견련은 기업가정신과 경영 노하우의 전수 등 안정적인 기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OECD 최고 수준에 달하는 현재의 상속세율을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과 동일한 수준인 최대 20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표구간 개수를 줄이는 당초 정부안이 모든 구간의 세율을 1% 인하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대상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24%라는 높은 수준의 최고세율과 1%에 불과한 인하폭으로는 법인세 인하의 실질적인 효과를 전망하기 어렵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법인세는 물론 각종 기업 규제 수준을 글로벌 추세에 맞추는 것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에도 동일한 출발선을 제공하는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전향적인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부와 국회는 물론 기업을 포함한 각계가 시급히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