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단적 대립 정치가 매일 기삿거리가 되고 있다. 12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경제 상황에서 보는 한국 정치의 모습이다. 정말 이래도 되나?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듯 보인다. 사법 리스크 대응이라는 ‘블랙홀’에 빠진 민주당의 모습이 내년 총선에 그다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죄 없이 당하는 수난자’ 프레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검찰독재’에 항거하는 투사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워 내년 총선 공천권 행사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의 이재명 호위 발언은 이 대표의 무죄를 믿기 때문이 아니라 아른거리는 자신의 총선 공천을 확실히 하려는 몸부림이다.
검찰 역시 이재명 기소 정국에서 밀리면 검찰개혁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려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치이고, 야당의 거센 비판의 과녁이 되는 수모를 당해야 하기에 물러설 수 없다. 기소 결과가 잘못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기에 질 수 없는 한판이다.
핵심은 정치 플레이어 서로가 ‘적대적 존재’가 돼 권력을 강화하는 ‘적대적 공존(adversary symbiosis)’ 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적대적 공존 관계는 원래 냉전 시기 미·소의 공존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북한이 남한과 미국의 침략 위협을 극대화해 수령 통치 정당화에 이용하고 남한 역시 북한의 침략 위협을 유신 통치 강화에 동원한 현상, 김영삼·김대중 총재가 사당화(私黨化)하는 이유를 박정희 권위주의 통치에 대항하기 위한 필요악 때문으로 강변한 모습을 설명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됐다. 하지만 남북한 정권의 적대적 공존으로 남북한이 함께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게 됐다면, 여야의 적대적 공생 때문에 여야는 함께 타협과 공존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게 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고 있다.
적대적 공존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정치를 종교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개딸’의 배타적이고 맹목적 지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친문’이 주도했던 정당에서 개딸이 장악한 정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친문 주도’를 해결하지 않았기에 ‘개딸 장악’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 당내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친윤’만 있는 국민의힘이라면 사당화의 우려는 항시 존재한다.
우리 정치는 자신이 추종하는 정치인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근거해 중세시대의 종교처럼 상대 세력의 절멸을 외치고 있다. 최근 종교화된 정치 행태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난 정부에서 진행된 적폐 청산 때문이다. 상대를 절멸시키겠다는 적폐 청산의 여진이 현 정부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의 적대적 공존과 상대의 절멸을 주창하는 지지층의 종교적 극단화로 한국의 정당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극단적 지지층에 둘러싸인 정당 운영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여야 타협은 실종됐고 정치의 피곤함이 설상가상 국민을 짓누르고 있다. 거기에 수출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더 나은 나라를 향한 비전 제시는커녕 이전투구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논란이 된 ‘당정 일체’는 이론상 내각제식 권력 운용이다. 따라서 대통령제에서 당과 용산의 공조는 필수지만 당정 일체는 불필요한 선택이다. 당정 일체가 되면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힘들기에 심히 우려하는 것이다. 논쟁할 필요가 없는 문제를 가지고 후보들이 싸웠다.
불필요한 당정 논쟁을 뒤로하고 후보들이 진정 논쟁해야 했던 것은 경기 부양과 국정 운영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에서 모든 행정부처를 장악해 ‘청와대 정부’라는 비난을 받았기에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내어주고 용산으로 옮겼음에도 지리적 이전만 있었을 뿐 대통령실로의 권력 집중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정권에서 전기료 인상이 청와대 결정 사항이었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소주값 인상을 위해 용산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정권 교체의 의미는 희석된다. 본질은 경제적 자유 보장이 창의 경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진영 싸움으로 파행만 거듭하며 적대적 공존에 안주하는 정치, 과거식 대통령실 운영을 반복하는 통치라면 국민은 투표로 심판할 것이다. 적대적 공존과 과거식 국정 운영으로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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