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강소라가 '배우'로 돌아왔다. 그것도 이혼전문변호사로. 일상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강소라는 똑 부러지면서도 허당 매력이 가득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역시 강소라"라는 찬사를 자아냈다.
ENA 수목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이혼한 이혼전문변호사들의 사랑과 성장을 담은 작품. 강소라가 연기한 오하라는 시원시원한 입담과 독보적인 이혼 소송 성공률로 이름을 날리는 스타 이혼전문변호사다. 캠퍼스 커플로 시작해 10년을 연애했던 남편이 결혼 2년 만에 외도해 이혼한 후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영화 '해치지 않아' 이후로는 3년 만에, 드라마로는 tvN '변혁의 사랑'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강소라다. 강소라 역시 "데뷔 이후 한 번도 이렇게 긴 공백기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오랜만에 복귀인 만큼 강소라는 외모 관리뿐 아니라 연기 레슨까지 받으며 공을 들였다.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돌아왔냐"는 칭찬에 강소라는 웃으며 "간절했다"는 게 강소라의 설명이다.
"솔직히 우려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특히 드라마라는 장르는 오랜만이기도 하고, 캐릭터도 안 해봤던 결이었고요. 객관적으로 봐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촬영을 시작하면 이미 늦으니까요. 연기도 하나의 근육이라 생각해요.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무뎌지듯, 연기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것보다 '이전의 것들을 되찾는 것으로 시작하자'고 생각했죠."
일할 땐 tvN '미생'의 완벽한 신입 안영이가, 변호사로서 열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1'의 이은조의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일상에서 오하라는 집안일도 서툴고, 아이 같은 부분 때문에 오래 사귀고 결혼한 구은범(장승조)에게 신뢰를 잃는다는 설정이다.
강소라는 "지금까지는 주도적이고, 독립적이고, 혼자서도 잘 살 거 같고, 남에게 의지하는 거 없고, 사막 한가운데에 둬도 잘 살 거 같은 역들만 했는데, 이번엔 일은 프로페셔널 하지만 귀여운 무남독녀에 여린 면이 있어서 더 정이 많이 들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커리어우먼 연기를 하면서 대리만족을 많이 느끼긴 했어요. 저는 말하고 나서 후회하고, 걱정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역할에서는 시원시원하게 말하니 통쾌했죠.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도 저를 그렇게 보는 거에요. 그 부분에서 괴리감이 컸어요. 나약한 면을 드러내고 싶었죠. '남이 될 수 있을까'가 저에겐 좋은 기회였어요."
강소라는 "하라는 고민 상담해줘야 할 거 같은 동생"이라며 "이제는 홀로서기를 하니 응원해주고 싶지만, 연락은 자주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쾌한 성격으로 작품마다 칭찬이 자자한 강소라인 만큼 '남이 될 수 있을까' 촬영장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소라는 겸손해하면서 "함께한 배우들이 다들 너무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전 남편에서 미묘한 '썸'타는 관계까지 발전한 구은범 역의 장승조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됐던 부분에 대해서도 대화하면서 풀어나간 부분이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친구 강비취 역의 조은지에 대해선 "촬영 전에 먼저 만나서 캐릭터에 대해 얘기도 하고, 연출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큰 그림을 보고 얘기를 해 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은지 배우가 연출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너무 재밌게 봐서 '특별출연도 가능하니 (캐스팅을) 망설이지 말아달라'고 계속 제안했는데, 절대 확답을 안 준다"며 "'꼭 다시 만나자'가 아니라 '그럴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이 정도로 말하더라"라고 폭로해 폭소케 했다.
오랜만에 복귀였고, 행복했던 작업이었기에 강소라는 '남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애정이 더 큰 것으로 보였다. 강소라는 "예전엔 시원섭섭했는데, 이번엔 너무 아쉽다"며 "같이 했던 배우들과 수다 타임이 없어지는 게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출산 이후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현장이 더 좋아졌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강소라는 차기작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공백기 동안 불안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이전까진 너무 쉼 없이 달렸어요. 데뷔 후 빨리 주목받으면서 작품들을 연달아 하기도 했고. 그래서 사생활도 없이 연예인 강소라로만 살았던 거 같아요. 공백기 동안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졌고, 이제 연예인이 아닌 다른 삶도 살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연기도 그럴 거 같아요. 작품 속에서 한꺼번에 확 바뀌는 건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의외성을 갖고 늘려가다 보면 세월이 지났을 때 그런 것들이 쌓여있지 않았을까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