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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지 대표 "케어젠, 당뇨 건기식으로 올해 2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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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제품화하지 못하면 의미 없는 기술이 됩니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방향을 틀어 성장 기반을 다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면·두피 미용 필러 수출로 안정적 수익을 내던 케어젠은 지난해 혈당 조절 기능을 하는 건강기능식품 원료 ‘디글루스테롤’ 개발에 성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1년 새 시가총액(약 1조9000억원)이 네 배 가까이 뛰었다.
당뇨 조절 효능 원료 개발
디글루스테롤은 펩타이드 합성 물질이다. 펩타이드는 특정 기능을 하는 최소 단위의 단백질이다. 디글루스테롤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혈당 조절을 돕는다. 기존 제2형 당뇨 치료제가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에 초점을 두고 개발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정 대표가 9년여간 연구개발(R&D)을 지휘했다. 정 대표는 2001년 케어젠을 창업했다. 정 대표는 “디글루스테롤은 회사를 지속 성장하게 만드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글루스테롤을 지난해 3월 건기식 원료(NDI)로 등재했다. 합성 펩타이드가 등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케어젠은 디글루스테롤을 원료(API)로 제2형 당뇨 환자와 고위험군(공복혈당 100~125mg/dL)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 ‘프로지스테롤’을 지난해 5월 선보였다.
신약 대신 건기식으로 시장 선점
정 대표는 ‘효과가 분명한데 왜 약으로 개발하지 않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약으로 개발할 만큼 효능을 자신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는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상업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약이든 건강기능식품이든 혁신 제품을 시장에 빨리 내놓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약 개발에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성공 가능성도 10% 미만이다. 임상 설계와 진행 절차는 건기식 원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다. 돈은 돈대로 든다. 정 대표는 “케어젠 규모의 회사가 직접 글로벌 임상을 통해 상업화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며 “회사를 더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법을 경영적으로 고민했을 뿐”이라고 했다.

케어젠은 2015년 디글루스테롤 신약 개발을 목표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동물실험(전임상)에 들어갔지만 중간에 계획을 틀었다. 의약품 기준으로 전임상을 했지만, 후속 임상은 건기식 원료를 대상으로 하는 인체적용시험을 했다.
건기식 올해 매출 목표 1000억원
시장 환경도 감안했다. 건기식으로 개발하면 2형 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가 아닌 고위험군까지 더 큰 시장을 노릴 수 있다고 봤다. 신약으로 개발하더라도 기존 제2형 당뇨 치료제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 대표는 “‘우리 기술만 최고’란 생각을 버리고 주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건기식 개발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케어젠의 전략은 현재로선 성공적이다. 출시 9개월여 만에 11개국에서 1조원이 넘는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지 유통사가 발주하면 매출로 잡히는 계약이다. 올해 프로지스테롤 매출 목표는 1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 691억원보다 많다. 정 대표는 “미국 대형 유통사와 진행 중인 협상을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신약 개발에 주력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다른 바이오기업들처럼 건기식으로 거둔 수익을 신약 개발에 쏟아붓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회사를 진화시키는 게 경영방침”이라며 “신약 개발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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