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5일 발표한 'KB 부동산 보고서'에서 시장 전문가와 중개업소, 자산관리전문가(PB)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 161명, KB 협력 공인중개사 540명, KB자산관리전문가(PB) 75명 등 88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2~26일 온라인,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전문가들 90% 이상 "올해 집값 떨어질 것"
올해 주택매매가격 전망을 묻자 전문가의 95%, 중개업자의 96%, PB의 92%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수도권 중개업자의 35%, 전문가의 26%가 하락 폭으로 '5% 이상'을 예상했고, 비수도권의 경우 "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중개업자 36%·전문가 39%)이 수도권보다 높았다.KB경영연구소는 "2023년 주택매매가격이 4.1% 하락할 것"이라며 "최근 거래가 급감해 체감 경기는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지만, 가격이 일정 수준 하락할 경우 일부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격 하락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도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중개업소의 경우 5% 이상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금리 상승 여파와 높은 전세가격 부담, 금융 부담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의 반등 시기는 언제가 될까? 전문가, 중개업소, PB 대다수는 2024년을 예상했다. 중개업소와 전문가의 절반 이상(50~60%)은 내년에 주택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수도권의 반등 시기는 좀 더 빠를 수 있다고도 했다.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의 경우에도 대부분(47~48%) 2024년에 주택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이후 반등할 것으로 보는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늦어도 2025년에는 주택시장 회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전문가, 중개업소, PB의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생애최초자 주택 구매 지원(DSR 규제 완화와 취득세 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및 주택담보 대출 정책 지원 확대 등을 꼽았다. 주택담보대출 정책 지원 확대와 더불어 규제지역(서울 등 주요지역 해제) 및 재건축·재개발 관련 추가 규제 완 화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KB "올해 집값 4.1% 하락 예상…현 정부정책, 시장 니즈와 유사"
보고서는 "현재 정부의 규제 완화 대책을 살펴보면 시장의 니즈와 방향성 측면에서 거의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규제 완화의 폭이나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고민은 올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주택 경기에 대한 전망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서울과 경기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시장을 본다는 의견이 각각 33%, 28%가 나왔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미분양의 가파른 증가에 따른 시장 위축, 인천 지역은 집값 하락에 따른 수요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우려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건설·시행·금융 전문가의 68%는 올해 분양 물량이 2022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문가의 상당수(42%)가 분양 물량 증가를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분양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로는 국내외 경기 위축으로 인한 분양 리스크 증가(58%)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주택 매수 심리 위축(17%), 건설비용 상승 및 분양가 상한제 등 공급 여건 악화(15%) 등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투자 유망 부동산에 대해 재건축(21%)과 아파트 분양(21%)를 꼽았다.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16%)와 재개발(12%)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아파트 분양(27%)이 1순위인 것과 비교하면 뒤집힌 순위다. 주택시장 위축되고 있지만, 관련 규제 완화와 안전자산 측면에서 재건축이 유망하다고 본 것이다.
중개업소들은 투자가 유망한 부동산으로 16%가 신축 아파트를 꼽았고 재건축(15%)과 아파트 분양(14%)가 뒤를 이었다. PB들은 재건축(22%)에 이어 신축 아파트(21%)와 아파트 분양(17%) 등의 순이었다.
"작년 주택매매가 1.8% 떨어져…10년 만에 첫 하락"
한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2년 연간 주택매매가격은 1.8%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간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직전 2년간 주택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2020년 8.3%, 2021년 15.0%)했다. 그러나 202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됐다.지역별로는 대구가 5.2% 하락하면서 하락률 1위를 나타냈고, 대전(-4.4%)과 수도권(-2.7%)이 뒤를 이었다. 반면 광주(2.0%)는 유일하게 집값이 올랐다.
주택매매 거래량도 지난해 약 50% 급감했다. 특히 7월 이후에는 월평균 거래량이 약 3만3000호에 불과했다. 2017∼2021년 월평균 거래량(8만2000호)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주택매매거래량은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 가격 하락 우려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도 매도자의 희망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2022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거래 위축은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매매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세가격도 하락했다. 매매시장이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호황이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여왔다. 2019년 하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맞물려 전세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매매시장과 유사한 가격 추이를 보였다. 2022년 전세가격은 2.5% 하락했고, 수도권이 비수도권에 비해 가격 하락세가 빨랐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러한 증가 추세는 주춤해 질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금리 인상으로 전·월세전환율이 상승할 수 밖에 없으므로 향후 월세 증가 현상은 다소 둔화될 것"이라며 "전세가격이 안정되면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월세로 전환한 가구 비중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임차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기준 52.5%로 최근 2년간 11.3%포인트(p) 상승했다.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월세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소는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매수 심리 위축으로 주택가격 조정 국면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추정했다. 국내 주택 금융 규제 수준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은 구조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의 LTV 수준이 70% 이상(미국 최대 100%, 영국 80~ 100%, 홍콩 70%대 등)으로 상대적으로 느슨했지만, 한국은 50% 수준을 유지하면서 주택 경기 침체에도 가계 부실이나 주택 보유자의 주택 처분 압력으로 이어 지지 않았던 점을 예로 들었다. 2019년 주택가격 급등으로 금융 규제가 강화된 뒤 2022년 1분기 국내 가구의 LTV는 평균 38.8%로 낮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은행권의 경우 LTV 40% 이하인 가구가 58.4%로 절반 이상이며, 70%를 넘는 가구는 1%일 뿐"이며 "비은행권은 LTV 70%를 넘는 가구가 15.1%로 은행권에 비해 높으나 80% 이상은 0.6%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연구소는 올해 주택시장 주요 이슈로 △거래 절벽 지속 여부 △금리 변동과 영향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속도 내는 아파트 재건축 △청약 수요 위축과 미분양 증가 △월세 부담과 깡통전세·역전세 등을 선정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