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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 누아로 마음을 삽니다"…와인 열공하는 비즈니스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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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와인을 함께 음미해본 경험은 오래간다.”

미국인 최초의 마스터 소믈리에 에디 오스터랜드는 자신의 책 <파워 엔터테이닝>에서 이렇게 적었다. 그는 중요한 비즈니스 관계를 쌓아갈 때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와인을 꼽으면서 “상대에게 좋은 음식과 페어링된 특별한 와인을 대접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호감을 갖고 미래에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스팩(SPAC) 투자 자문회사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이런 비즈니스 팁을 이미 체화한 사람이다. 창립 24년 차, 지금까지 창업 멤버와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국내 최대 스팩 전문 투자사로 키워온 남 부사장은 수준급 안목을 갖춘 기업인이 포진한 자본시장에서도 손꼽히는 미식가다. 그런 그가 섬세한 비즈니스 관계를 축적할 수 있는 촉진제로 첫손에 꼽는 게 와인, 그중에서도 피노 누아다.

남 부사장은 “처음엔 묵직하고 도수가 높은 술을 나누며 터프하게 시작한 영업 관계라도 어느 수준에 이르면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세심한 터치가 필수적”이라며 “이럴 때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한 최고의 와인이 피노 누아”라고 했다.

‘레드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피노 누아는 재배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테루아(자연적인 요소)와 생산자에 따라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 향과 풍미가 천차만별이다. ‘악마의 품종’이란 별칭마저 있을 정도다. 대신 잘 만들어진 와인이 되면 우아하고 섬세한 매력이 두드러진다. 옅은 빛깔과 금방 날아갈 것만 같은 부드러운 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풍부해진다.

남 부사장은 “사람을 알아가고 비즈니스가 무르익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피노 누아도 처음 마셨을 때보다 1시간 반, 3시간 지났을 때 그 향과 끝맛이 훨씬 부드러워진다”며 “그 시간을 함께 즐기고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과의 자리에는 피노 누아를 가져간다”고 했다.

비즈니스 단계와 상대의 취향에 맞춰 섬세하게 와인을 선택하는 남 부사장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어 하는 IB맨도 많다. 남 부사장은 얼마 전 ACPC 직원들을 모아 직접 고른 와인들을 함께 마셔보며 ‘와인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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