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정보 유출 우려에 중국의 짧은 영상(숏폼) 플랫폼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캐나다와 일본 정부가 틱톡 퇴출에 동참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틱톡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전 기관에 30일 안에 모든 장비와 시스템에서 틱톡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캐나다, 일본 등도 정부 공용 기기를 대상으로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유럽의회도 28일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앱(애플리케이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으며 덴마크 의회도 모든 의원과 직원들에게 업무용 기기에 설치된 틱톡 앱을 삭제할 것을 강력 권고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통신은 28일 '틱톡이 미국 정부 전화 등에서 금지되고 있는 이유'라는 제목에서 틱톡이 안보상 제기하는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조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와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에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정보법을 전격 시행하면서 기업들에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인사들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틱톡이 이용자의 정보를 정부에 넘겼다는 정황이 포착되지는 않았다. 다만 틱톡이 이용자의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유출 우려가 제기됐다.
작년 12월에는 바이트댄스 직원 4명이 회사 정보 누출 사건을 조사하다가 미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출신으로 현재 미 경제 잡지 포브스에서 일하는 기자와 영국 경제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의 정보에 접근한 사실이 밝혀져 해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AP 통신은 '틱톡이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질문은 누구에게 던지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사 모나코 미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초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 중국 정부가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면서 "나는 틱톡을 사용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라도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틱톡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작년 6월 미국인 이용자의 모든 정보를 틱톡의 미국 기술 파트너인 오라클사가 통제하는 서버에 저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틱톡은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에 있는 자체 서버에 저장된 틱톡 이용자의 정보를 언제까지 완전히 삭제할 것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틱톡이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존스홉킨스대 정보보안연구소 안톤 다부라 상무는 "틱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해외 정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관한 중요 정보는 원자력 발전소나 군사 시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식품, 가공, 금융산업, 대학과 같은 다른 분야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틱톡이 수집하는 정보가 다른 글로벌 플랫폼들이 수집하는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비영리 단체 시티즌랩은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틱톡과 페이스북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시티즌랩은 "틱톡과 페이스북 모두 사용자의 다른 정보를 추적해 다른 플랫폼 활동을 수집하는 '장치 식별자' 정보 등을 모으는데, 이는 광고주에게 유용한 정보"라며 "이 정도 수준의 데이터 수집과 공유가 불편하다면 앱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영리 단체 '미래를 위한 싸움'의 책임자 에번 그리어는 최근 미국의 잇단 조치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인들을 감시로부터 보호하고 싶다면, 외국인 혐오 같은 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모든 회사가 많은 양의 민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지지해야 했다"고 말했다.
틱톡은 서방이 틱톡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 틱톡 측이 답변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전 세계 이용자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는 플랫폼을 자의적으로 차단했다고 반발다. 브룩 오버웨터 틱톡 대변인은 "이러한 금지 조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