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회담에서 “경제의 정치화를 중단하라”며 서방을 압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안에 대한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은 전날 루카셴코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성사됐다.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댄 건 지난해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에 방문했다가 회담한 이후 5개월 만이다.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를 ‘전천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에 합의했다.
시 주석은 1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존중하면서도 균형 있고 효과적이면서 지속될 수 있는 유럽의 안보 여건을 구축해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정치화와 도구화를 중단하고 정전과 평화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임과 동시에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세계는 100년 만의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며 “벨라루스와 함께 세계적인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인류 운명 공동체를 함께 건설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에 대해서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이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 문서는 각국 주권 존중, 냉전적 사고 방식 포기, 휴전 및 종전 촉구 등 중국이 요구하는 12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벨라루스 국영 언론인 벨타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내걸고 있는 일대일로와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지지의 뜻을 드러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구축 중인 중국,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무역로를 뜻한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것에 대한 공동성명에도 서명했다.
양국은 최근 무역 관계도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칼륨 비료 공급량의 절반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4분의 1가량을 벨라루스에서 수입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벨라루스에서 칼륨 191만톤을 수입했다. 전년보다 9.1% 늘어난 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