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재일교포 주주 측 인사 비중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2001년 지주 출범 당시 80%에서 현재 30%로 쪼그라들었다. 신한금융은 1982년 7월 재일교포 주주들이 100% 출자해 설립한 신한은행에서 출발했다. 재일교포 주주 그룹(추정 지분 15%)은 여전히 신한금융의 실질적 최대 주주이지만,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고 이들의 몫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외이사 8명 연임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주총 소집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12명이었던 사외이사는 올해 9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올해 초 자진 사퇴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을 제외하면 현재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11명이다. 이 중 김조설 일본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를 제외한 10명의 임기가 이달 끝나는데 8명은 연임하게 됐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배훈 변호사법인 오르비스 변호사,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 이윤재 전 KorEI 대표, 진현덕 페도라 대표,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윤재원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이달을 끝으로 신한금융을 떠나는 사외이사 2명은 박안순 일본 대성상사 회장과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다. 박 회장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 6년을 모두 채웠다. 허 대표는 주요 활동 무대인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사외이사를 맡기엔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연임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줄어드는 재일교포 몫
눈에 띄는 대목은 재일교포 측 사외이사 수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현재 신한금융 사외이사 11명 가운데 박안순·진현덕·배훈·김조설 등 4명은 재일교포 측 인사로 분류된다. 박 회장과 진 대표는 재일교포 사회에서 성공한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배 변호사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한·일 관계의 기업 법무 자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 동아시아 경제에 능통한 여성 경제학 교수로 꼽힌다.당초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이 재일교포 측 사외이사 수(4명)에는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떠나는 박안순 사외이사(대성상사 회장) 자리에 재일교포 주주들이 추천한 새 사외이사가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001년 신한금융지주 설립 당시에는 사외이사 10명 중 8명(80%)이 재일교포 측 인사였다. 이후 조금씩 몫이 줄어 그 비중이 30%까지 떨어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감소한다는 소식에 재일교포 주주들이 서운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신한금융 사외이사 규모(12명)가 7~8명 수준인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어 함께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설립 초기엔 재일교포 주주 지분이 사실상 100%여서 이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유 지분이 줄었고, 신한금융이 글로벌 금융사를 목표로 하는 만큼 지배구조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정 지역 출신이 이사회에 지나치게 많이 포진해 있는 것은 대표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출항 준비하는 진옥동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63)는 오는 23일 주총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한다. 진 내정자는 전북 임실 출신으로 서울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1986년 신한은행에 들어왔다. 일본 오사카지점장과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법인장을 맡는 등 18년간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으로 꼽힌다. 201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신한은행장을 맡았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