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 양극재에 쓰이는 수산화리튬 가격이 작년 초부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원계 양극재는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수산화리튬 가격이 뛰면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도 오른다. 같은 리튬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사용하는 탄산리튬은 작년 말부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하면 국내 배터리기업의 원가 경쟁력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리튬이지만 가격 엇갈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한다. 양극재 제조에 활용되는 리튬화합물은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으로 나뉜다. 수산화리튬은 고밀도·고용량이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다. 국내 업체가 주력 생산하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양극재에 쓰인다. 탄산리튬은 중국 업체들이 채택한 소형 전기차용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나 에너지 밀도가 낮은 가전·정보기술(IT) 기기용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다.같은 리튬이지만 두 화합물의 가격 추세는 정반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수입한 수산화리튬 가격은 2월 말 기준 t당 7만달러(약 9200만원)다. 1년 전(2만달러) 대비 세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2월 말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t당 35만1500위안(약 6600만원)으로, 최근 3개월 새 40% 급락했다. 지난해까지 비슷한 수준이던 두 화합물의 가격 차는 30% 가까이 벌어졌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들여온 수산화리튬은 36억6074만달러(약 4조8000억원)어치로, 같은 기간 수입한 탄산리튬(17억4052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업체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 양극재에 쓰이는 화합물이 수산화리튬이기 때문이다. 수산화리튬은 광석리튬을 가공해 만든 중간물질인 황산·인산리튬에서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탄산리튬보다 공정이 까다롭다.
더 벌어진 원가 경쟁력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의 가격 차가 확대되면서 한·중 배터리 가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최근 현지에서 ‘반값 리튬’ 가격을 적용해 배터리 판매가를 대폭 낮춘 것도 탄산리튬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컸다. 배터리 공급가격이 떨어지면 전기차 가격도 낮아진다. 일각에선 탄산리튬발(發) CATL의 폭탄 세일이 ‘배터리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국내 배터리 3사는 원자재 가격에 따라 판매가가 변동되도록 계약했기 때문에 배터리 납품가격과 관련해 완성차업체와 줄다리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은 자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선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CATL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37%로 압도적인 1위지만 중국 시장 판매량이 대부분이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등 해외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CATL은 포드, BMW와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폭스바겐, 테슬라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FP에 비해 삼원계 배터리가 성능은 뛰어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잇달아 LFP 배터리 개발에 들어간 것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대비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민/김형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