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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기득권 카르텔 혁신의 다음은 공공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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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엊그제 대학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기득권 카르텔 혁신을 강조했다. 카르텔은 원래 불법이다. 색출해서 형사처벌하면 된다. 사실 기득권도 혁신의 대상은 아니다. 사회적 공의로 상의해서 나누고 조율해야 하는 것이다. 함부로 빼앗거나 위협하면 사회의 기본이 흐트러진다. 아마도 대통령이 혁신하겠다고 한 대상은 불법도 아니고 국민들도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는, 서로 짬짜미로 차지하고 있는 권한이나 이득인 것 같다. 3대 개혁의 문제의식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공공부문이 이런 권한이나 이득을 주선하거나 조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공부문혁신이 기득권 카르텔 혁신의 다음 단계이다.

금년도 예산 687조원과 규제 비용 300조원을 합치면 대략 1000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40~50%다. 정치와 정부가 국민 생산의 절반을 가지고 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자기 돈을 쓰듯이 알뜰살뜰하게 지출하고 있는가. 합리적이며 미래를 생각하는가.

한편 규제를 통한 정·관·산 연합의 병폐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치권력과 관료제 그리고 산업이 적당히 타협해 진입장벽을 만들어 시장의 활력과 용기를 찍어누르고 있다. 규제로 권한을 창출하고 엉뚱한 이해관계를 만들어서 부당이득을 영속화하는 규제공학적 규제가 팽배해있다. 규제특구, 규제샌드박스, (자발적) 인증 등 규제개혁적 제도들이 그 본의와는 다르게 오히려 규제혁신을 지연시키는 방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기업의 법률상 임무는 자기 조직의 이익을 도모하는 변명으로나 쓰이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걱정한다. 공기업 본연의 핵심경쟁력을 제고하려 하지 않고 민간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무책임, 비리, 비효율, 집단사고가 언뜻언뜻 보인다. 가스공사의 임무는 가스를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내 가스가격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다. 격동하는 국제시장 세계 3위의 수입국으로서 가스공사가 충분히 똑똑하게 매입하고 있는지 투명한 정보나 지표도 없다. 게다가 최근 가스가격의 갑작스러운 인상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무는 적정가 토지 매입과 개발계획에 대한 비밀 준수이다. 그러나 직원들이 개발계획을 선점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등 그 비리가 고질적이고 뿌리 깊어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파악조차 힘들다. 진상파악과 책임자 수배가 어떻게 됐고 회사가 어떤 방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아직도 제대로 된 보고가 없다. 과연 국민들은 LH의 비리를 용서하거나 잊을 수 있을까.

한국전력의 임무는 전력 에너지 수급 조정에 있다.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을 내세우면서 전기요금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했을 때, 한전이 이해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낸 흔적이 없다. 오히려 1조5000억원을 들여 한전 공대를 설립하는 이상한 교육열을 발휘했다. 그 결과 한전이 추진하는 30조원 내외 사채발행은 금융시장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KBS 수신료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꼭꼭 숨어 있다. 수신료의 91%는 KBS가 갖고, 3%만 EBS에 적선하듯 떼어준다. 약 200억원 되는 가냘픈 예산으로 고군분투하는 EBS를 보면 KBS는 6000억원 예산으로 그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체국의 정기예금과 보험은 법률에 의해 국가가 보증하게 돼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변한 세상에서 떠들썩하게 광고하고 유치를 해야 하나? 그렇다면 민간은행들은 우체국과 무슨 수로 경쟁하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고등훈련기 경쟁에서 탈락했다. 십수 년을 공들인 협상이었다. 미묘하기 이를 데 없는 중동의 지정학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아쉽다. KAI의 임무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지극히 전략적인 수준의 것이다. 섣불리 민항기, 수송기, 함재기 등의 개발이나 생산을 가볍게 얘기하거나 민간부문과의 이런저런 갈등을 흘려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수준에 부합하는 최고의 선진적인 정부와 공공부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산화·국격·자존심·균형 등의 감성적인 구호는 내려놓고 정직·투명성·자기책무성·특권 내려놓기·핵심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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