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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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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끊임없이 다뤄지는 주제 중 으뜸은 단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문학가들이 이 미묘한 감정을 절대 간과하지 않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은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던 두 사람이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로맨스의 차원을 넘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단점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대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고 극찬한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이야기는 현실적이고 낭만적인 면을 모두 담고 있는데, 사랑이 물론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삶을 파괴할 수도 있음을 그려낸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신의 철학을 풀어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사랑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하면서 더 큰 자유와 창의성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나름 영문학도로서 책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던 학생 시절, 가령 1500여 쪽이 넘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작품은 우리말 번역서를 가지고서도 제대로 읽기 어려운 다소 고통이 따르는 일이었다. 19세기 러시아 이야기에 한껏 빠져드는가 하면 인간의 다양한 심리에 온갖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하면서 무거운 눈꺼풀로 도서관 창문에 한 달쯤인가 걸려 있던 거미줄을 스며드는 햇살에 덧붙여 하염없이 응시하던 생각도 난다. <오만과 편견>은 또 어떤가. 나긋한 목소리로 그 작품을 강의하신, 이제는 거동이 불편해진 은사님을 모교의 총장이 됐다고 찾아뵙던 날, 문득 피어오른 심란하고 몹쓸 생각과 합쳐져 글로 보았는지 화면으로 느꼈는지 가물가물한 추억마저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랑이 무얼까, 평생을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무언가 하나의 점으로 모이는 듯한 느낌은 오스틴에게서도 톨스토이와 니체로부터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은 확고부동하려고 하는 우리를 서서히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불신의 시대, 갈등과 모멸의 시대, 조금 다른 가치관으로 평생을 반목하고야 마는 아픔의 시대, 죽어도 너한테는 안 진다는 비틀린 심보의 시대, 그러면서 나 스스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자책감의 시대, 그래도 희망을 건다면, 그것은 역시 우리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랑’뿐일 것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생명력 그 자체를 떨리는 감수성으로 봤던 어떤 젊은이의 밤하늘처럼 분명히 있기는 있는 그것 말이다. 그런데, 아직 조금 멀다.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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