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우리가 그동안 흥청망청을 통해 청약제도를 여러 각도로 뜯어봤지만
어떤 건 지금하곤 조금 안 맞는 얘기들도 있어요
정부도 계속 제도를 고쳐왔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A/S 좀 하자면..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어디인가요?
분양권 전매제한이죠
자 우리 친구 흥부가 오늘도 아파트를 한 채 분양받았어요
이 집이 다 지어진 다음엔 당연히 아무 때나 팔 수 있겠죠
근데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도 집을 팔 수 있나요?
공사하는 동안 이 집의 실체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땐 권리를 팝니다
분양받을 권리, 이게 분양권이죠
아파트가 10냥짜리면
계약금 1냥, 중도금 6냥, 잔금이 3냥, 보통 이런 구조예요
이걸 공사하는 동안, 대부분 2년 반 정도에 걸쳐서 천천히 낸단 말이죠
그래서 흥부 같은 친구들은 어떻게 하냐
일단 분양받으면서 계약금 1냥을 걸어요
근데 그 집이 좀 괜찮아서 가치가 10냥 5푼이 됐단 말이죠
그럼 흥부가 다시 이 아파트를 놀부한테 팝니다
이때 받는 돈은? 1냥5푼이 되는 거죠
자기가 냈던 계약금 1냥에다 가치가 오른 프리미엄 5푼
그러니까 이 집을 산 놀부 입장에서 보면
실제 거래는 1냥 5푼에 했지만
앞으로 흥부가 내야 했을 6냥의 중도금과 3냥의 잔금을 승계한 거죠
흥부는 어땠나요
전재산이라곤 꼴랑 1냥
하지만 서류상으론 10냥짜리 집을 사고팔아서 5푼 남겼어요ㅋㅋ
이게 분양권 거래의 원리입니다
이해 됐나요?
(..이렇게 설명했는데 이해를 한다고?)
근데 이 좋은 방법을 흥부만 알까요
옆동네 토끼와 거북이, 다람쥐도 다 알게 될 거란 말이에요
얘들까지 짤짤이 하겠다고 청약판에 뛰어들면
괜히 경쟁률만 엄청 오르고 진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허들은 높아지겠죠
그래서 분양권 사고파는 건 정부가 기간을 통제해요
너 당첨된 다음 몇 년 지나면 그때 팔아, 너는 아예 팔지 마
이걸 분양권 전매제한이라고 합니다
지금 보는 표가 그 기간인데, 혹시 이게 한 눈에 들어오시나요?ㅎㅎ
갤럭시23 울트라 100배줌으로 봐야 보일 텐데
심지어 좀 심플하게 표현한 거예요
이렇게 전매제한이 걸리면 흥부네 친구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중간에 되팔렘 하는 게 안 되니까
10냥에 분양받은 아파트면
계약금-중도금-잔금 10냥을 자기가 다 내야 되는 거예요
팔고 싶으면 일단 10냥을 다 냈다가 준공된 다음에 팔 수 있는 거죠
그럼 애초에 돈이 모자란 흥부는 청약을 할까요?
당연히 안 하죠
그런데 부동산시장이 식으면 청약하는 사람이 있나요? 없죠
아 흥부는 참 고마운 아이였구나, 생각나겠죠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이럴 땐 청약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 정부가 다시 전매제한을 풉니다
그러니까 아까 전매를 제한했던 걸
어느 정도는 가능하게끔 널널하게 만들어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바뀌었죠
아까 봤던 표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이제 좀 한국어 같죠
자, 놀부가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 당첨됐어요
그럼 전매제한은 몇 년인가요
강남구는 아직 투기과열지구이자 조정대상지역이니까 규제지역이잖아요, 3년
이번엔 흥부가 도봉구 아파트에 당첨됐습니다, 몇 년일까요
도봉구는 규제지역은 아니지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라서 1년이에요
1년 있다 팔면 된다는 거예요
참고로 서울이나 서울 붙어있는 곳들은
거의 과밀억제권역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화성, 용인 이런 곳은 과밀억제권역이 아니라서 기타, 6개월로 들어갑니다
자 근데 같은 화성이지만 동탄2신도시다?
그럼 공공택지니까 3년, 이런 식입니다
이번엔 비수도권으로 가보자고요
흥부가 원정투자를 해서 대구 아파트에 당첨됐어요
비수도권의 광역시니까 전매제한은 6개월이죠
근데 괄호 치고 도시지역?
도시지역이 아닌 곳은 저기 달성군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이런 곳들이라서 사실상 거의 대부분 도시지역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만약 흥부가 강원도 삼척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럼 비수도권 기타, 전매제한 없습니다ㅎㅎ
오늘 계약하고 내일 팔아도 돼요
..물론 사람 만나기가 더 힘듭니다
자 이제부턴 좀 응용해보자고요
이건 일반적인 분양대금 납부 스케줄입니다
아파트 짓는 동안 총 분양가의 10%씩
일정한 텀으로 할부처럼 내는 느낌이죠
근데 아까 대구에서 당첨된 흥부 전매제한 얼마라고 했죠?
6개월이죠
다시 볼게요
흥부가 올해 1월에 대구 아파트에 당첨됐는데
당첨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야, 7월이 돼야 팔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럼 2월에 계약금 10%, 6월엔 중도금 1회차 10%
10냥짜리 아파트면 이렇게 2냥을 박아놔야 하는 거예요
심지어 중도금은 보통 당첨자들끼리 모여서
집단대출을 일으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흥부가 얼마 안 있다가 이 분양권 팔고 튈 생각이어도
일단 자기 명의로 대출을 일으켜야 돼요
그리고 나중에 이 분양권을 팔 때 놀부에게 대출까지 넘기는 구조죠
근데 그냥 단타 치고 나가려고 했던 흥부 입장에선 이게 되게 번거롭잖아요
아니 내가 5푼 벌려고 대출까지 일으켜야돼?
그래서 이렇게 스케줄을 짜는 곳도 있어요
뭐가 바뀌었나요?
아까는 첫 중도금이 6월이었잖아요
분양권을 팔 수 있는 7월이 되기 전에 중도금 납부 시기가 도래하니까
흥부가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일으켰잖아요
근데 이 스케줄은 어떤가요
첫 중도금 날짜가 6월이 아니라 8월이에요
그 뒤의 납부 일정은 아까와 똑같아요
그러니까 1회차 중도금의 날짜만 살짝 뒤로 미룬 거죠
왜 미뤘을까요
흥부는 언제 분양권 팔 수 있다고요?
7월
그러니까 계약금만 걸어놓고 6개월 지나면 분양권 전매하세요,
당신에게 중도금 받을 생각은 없으니까 일단 우리 아파트 청약해주세요 ^^
이런 의미라는 거죠
이게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내가 흥부처럼 단타를 치고 나갈 생각이다, 나는 빠른 템포의 승부를 즐긴다
그럼 일단 나쁘진 않아요
근데 이 아파트 규모가 제법 돼요
그럼 전매제한이 풀리는 7월부터
중도금 1회차가 시작되는 8월까지 한 달 동안
흥부 같은 친구들이 분양권을 엄청 던집니다
수요 없는 공급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다?
그럼 놀부만 좋은 거죠
그래서 우리가 아파트에 청약할 땐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나온 분양대금 스케줄을 눈여겨봐둬야 하고
전매제한이 짧거나 없다고 해서
반드시 그 아파트의 투자성이 담보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규제가 없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니까요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조희재·이예주·이문규 PD
편집 이문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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