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주차장에 무슨 차가 몇 대 있는지 구글 위성지도로 다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네이버 위성지도로는요? 어림도 없죠.”
27일 기자와 만난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위성 영상 해상도를 규제하는 ‘위성정보 보안관리 규정’에 대해 건의하며 시대착오적 우주 규제의 실상을 짚었다.
박 대표가 말한 규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비공개 규정이다. 우주개발진흥법 및 공간정보법과 관련된 것이다. 기업이 촬영·배포할 수 있는 위성 영상의 최대 해상도를 1.5m로 규제한다. 위·경도 같은 2차원 데이터와 결합할 경우 해상도는 30m, 해발 고도 같은 3차원 데이터를 결합하면 해상도를 90m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군사시설로 지정된 경우엔 아예 공개할 수 없다. 네이버·카카오 위성지도에 서울 용산 삼각지역 일대가 숲처럼 보이는 배경이다.
정작 구글 위성지도로는 대통령실을 포함해 주한 미군 건물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박 대표는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은 위성지도를 만들 때 30㎝ 단위까지 구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한다”며 “한국 위성기업이 한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려 해도 정작 서버는 해외에 둬야 할 판”이라고 했다.
높은 규제 문턱 탓에 기업들은 위성사업을 축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 5월 지구 관측용 민간위성 ‘세종 1호’ 발사에 성공한 한글과컴퓨터그룹은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를 결합한 사업을 기획했다. 하지만 이들도 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의 해상도를 크게 낮춰야 했다. 자사 데이터라 할지라도 다운로드해 정부 보안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8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한글과컴퓨터그룹은 제대로 된 디지털트윈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축소했다. 이 사업을 담당한 한 임원은 “규제를 피해 글로벌 대형 사업에서 일부 지역과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 영상 해상도 규제는 과거 4m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나선 끝에야 작년 8월 일부 완화됐다. 그러나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마지막 1.5m 규제로 살아남았다.
박 대표와 함께 대통령 간담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기업인이 남긴 뒷말이 쓰다. “분단국가 특성상 제약이 있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북한 간첩이라고 한반도 구글 위성지도를 못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현실을 반영해 규제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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