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대폭 줄인 세탁기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세탁기·건조기 핵심 경쟁 요소로 꼽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27일 친환경과 인공지능(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와 건조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에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와 협업해 개발한 ‘미세플라스틱 저감 코스’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신제품의 미세플라스틱 저감 코스는 삼성의 독자적인 ‘버블 워시’ 기술로 세탁 시 의류에서 떨어져 나오는 1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최대 60%까지 줄여준다. 세제를 녹여 만든 거품이 섬유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오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원리다. 옷감이 마모돼 손상되는 정도까지 줄여준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신제품은 모두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도 획득했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의 ‘AI 절약 모드’를 함께 사용하면 세탁기는 최대 60%, 건조기는 최대 3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25㎏ 용량 세탁기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기준보다 에너지 효율이 20% 높다.
LG전자는 다음달부터 트롬 세탁기를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케어 코스’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 업(UP)가전 고객은 씽큐 앱의 업가전 센터에서 기능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LG전자 측은 국제 공인 시험인증기관 인터텍과 실험한 결과 세탁 시 발생하는 20㎛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 표준코스 대비 70%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35%는 세탁할 때 손상되는 합성섬유에서 발생한다. 바다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식품을 통해 인체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미세플라스틱 관련 규제에 선제 대응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025년부터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솔루션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도 관련 법안과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