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정부의 선거 연기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28명 이상이 다쳤다. 국가부도에 봉착한 스리랑카에서는 경제 위기를 이유로 지방선거를 연기하는 등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퍼스트 등 스리랑카 매체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도 콜롬보의 중심가에서는 야당 민족민중의힘(JJB) 주도로 수천 명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정부의 지방선거 연기 방침에 항의하며 대통령 집무동 등 주요 관청이 밀집한 지역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 시위대 진입을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28명 이상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앞서 스리랑카 정부는 경제 위기를 이유로 선거 비용과 인력 지원을 거부해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연기됐다. 이와 관련해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최근 의회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선거를 개최하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지난해 총리로 재임하다가 당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사임하자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국가 수장이 되기는 했지만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지지기반이 매우 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경제난 속에 정치 입지마저 불안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으로서는 선거를 개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든 스리랑카는 지난해 9월 국제통화기금(IMF)과 29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대한 실무진급 합의를 했다. 이후 당국은 지원안에 대한 IMF 이사회 승인을 위해 각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 중국 등 여러 나라로부터 긴급 자금도 빌리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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