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현대자동차와 기아 직원 10만여 명의 월급 통장에 1인당 400만원의 성과금이 꽂힌다. 직무가 무엇이든, 성과를 얼마나 냈든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받는다. 두 회사 모두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따라 양사 노동조합이 전 직원에게 ‘똑같이’ 추가 보상하라고 시위한 결과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조도 들고 일어섰다. 회사가 지난 20일 1인당 3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자 ‘현대차와 똑같이 달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 2021년 말 현대차·기아가 성과 상위 10% 직원에게 1인당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 뒤 2년째 노조의 ‘차등 보상 분쇄 투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22일 첫 교섭에서 임금협상을 마친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도요타는 직원 37만여 명에게 각각 다른 상여금을 준다. 15개 직군·직급별로 다른 임금·상여금 인상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직군·직급별 12종류였던 인상안은 올해 2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면서 더 세분화됐다. 2021년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연공서열 승급제를 폐지하고 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도입한 영향이다. 이후 2년 연속 첫 교섭에서 협상이 타결됐다.
전문가들은 도요타 노사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일률적인 임금·성과금 지급’ 기조에서 탈피한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직원의 역할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별화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일률적 임금 인상 요구의 강도도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요타 노조가 일본식 경영의 근간이던 연공급제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는 반면 현대차 노조는 사무·연구직과 생산·정비직 모두 똑같은 90단계 호봉표를 고집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두 회사가 임금협상에서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국 자동차산업 성과금 지급 체계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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