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 마을 베사테엔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 농업+관광)’로 유명한 카시나 카레마 농장이 있다. 축구장 182개 크기(130㏊)의 이 농장은 매출이 연 300만유로(약 42억원) 정도인데, 농작물 판매 수입은 50만유로에 그친다. 나머지 250만유로는 ‘농장 관광’에서 나온다.
농장 한복판에 있는 3층짜리 16세기 건물이 농장 관광의 핵심이다. 이 건물엔 숙박이 가능한 14개의 방과 레스토랑이 있다. 건물 앞엔 전면에 통유리가 설치된 온천탕이 있다. 관광객은 농장에서 키우는 소와 포도 농장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기고, 레스토랑에선 농장에서 키우는 소와 포도로 만든 스테이크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관광객이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농촌에서의 경험’을 파는 것이다.
농장주 가브리엘레 코리티 씨는 최근 이곳을 찾은 기자에게 “매년 레스토랑 이용객이 5만 명, 온천 이용객이 1만 명, 숙박객이 5000명가량이고 회사 차원의 모임도 1년에 1000회가량 예약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농장은 직원 20명을 고용하고 있고, 지역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코리티 씨는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 규정에 따라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음식 재료의 최소 35%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고, 35%는 롬바르디아주에서 재배된 재료를 써야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선 이 농장과 같은 곳이 많다. 이탈리아 정부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1985년 아그리투리스모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후 주별로 관련 규정을 마련하면서 농업과 관광의 결합이 확산했다.
밀라노 중심가에서 120㎞ 떨어진 산피에르 다미아니 치즈 농장은 치즈 생산 과정을 그대로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족이 운영하는 이곳에선 200마리의 소를 키우며 소젖으로 연간 25t의 치즈를 생산한다. 치즈 판매로 1년에 200만유로(약 28억원)가량, 농장 관광으로 10만유로(1억4000만원)가량을 번다. 관광객 수는 매년 7000명 정도다.
농장을 운영하는 아멜리아 델산테 씨는 “우리 가족이 얼마나 힘들게 치즈를 생산하는지 보여주려고 2007년에 처음 관광상품을 만들었다”며 “관광객들 반응이 좋다”고 했다.
밀라노=정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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