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이 다음달 초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폐배터리주가 주목받고 있다. CRMA에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 국내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성일하이텍 이달 27%↑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인 성일하이텍은 이달 들어 주가가 27.0% 상승했다. 같은 폐배터리주로 분류되는 새빗켐과 코스모화학, 에코프로는 같은 기간 각각 29.2%, 60.8%, 97.0% 급등했다.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달 2%가량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폐배터리주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폐배터리주들이 급등한 이유는 유럽 CRMA 때문이다. CRMA는 유럽에서 생산 또는 재활용된 원자재가 적용된 제품에 한해 보조금 혜택을 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 법안이다. 리튬 코발트 등 2차전지 핵심 원자재가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음달 14일 법안 초안이 공개된다.
증권가에선 CRMA가 본격 적용되면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 업체들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원자재의 수량은 제한돼 있는 만큼 전기차 등에 재활용 배터리 사용을 일정 비율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 때문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이 먼저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해 선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세운다면 다른 국가도 이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정부가 발표할 폐배터리 정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도 폐배터리 지원정책 가능성
증권가는 CRMA의 최대 수혜주로 성일하이텍을 꼽고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두고 있어서다. 세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성일하이텍과 함께 폴란드 공장을 협력 운영하는 포스코홀딩스도 수혜주로 거론된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업체로 성일하이텍 등 5개 업체를 꼽을 수 있다”며 “유럽 내 초기 선점효과로 경쟁 우위를 상당히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코스모화학과 새빗켐 등도 CRMA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모화학은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유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7000t의 폐배터리 재활용 생산능력 확보를 추진 중이다. 새빗켐은 LG화학 및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와 협력하고 있어 향후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 업체는 폐양극재에서 전구체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갖췄다. 에코프로 자회사인 에코프로CNG도 폐배터리에서 액체 상태의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CRMA처럼 폐배터리 관련 지원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 정책이 연이어 발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