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학위수여식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활용한 식사를 전했다.
유 총장은 2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제77회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학위 수여식을 앞두고 챗GPT에게 ‘서울대생이 졸업 후에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어 “서울대에서 갈고닦은 지식과 시간을 남을 돕는 데 사용하라는 챗봇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며 “여러분도 함께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여유를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대는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고 학사 2154명, 석사 1708명, 박사 775명 등 모두 4637명이 학위를 수여했다. 코로나19가 번진 후 줄곧 비대면으로 졸업식을 진행하던 서울대는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날 대면 졸업식을 열었다.
유 총장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는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주도적인 인재”라며 “새로운 출발에 앞서 스스로 돌아보고 그러한 성찰을 통해 ‘자기 삶의 개척자’가 되라”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다.
대전환기에 사회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요동치는 세계 패권 구도, 기후변화 등 시대적 변화는 우리 사회에 혼란과 두려움을 던진다”며 “여러분들은 이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전환기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 "“지난 3년의 팬데믹은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줬지만 동시에 지독한 성찰의 기회를 줬다”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경험은 강력한 삶의 백신이 돼 여러분을 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축사 연사로는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본부장이 초청됐다. 누리호 발사의 성공 주역으로 꼽히는 고 본부장은 한국 기자협회의 ‘올해의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고 본부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 85학번으로, 1989년 학사학위를, 1991년에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는 제게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과정”이라며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냐는 비아냥에 슬퍼하고 분노했던 적도 있었고 200명이 넘는 연구조직을 이끌며 2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고행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생들에게 조언했다. 고 본부장은 “노력이 결실을 보이는 작은 순간들이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내게 했다”며 “누리호 개발과 같은 큰 사업을 하다보면 늘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졸업식 축사 연사로 매년 졸업생에게 귀감이 될 인물을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축사를 맡았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