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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때렸는데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세게 조였는데 기척도 없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 얘기입니다. 제로금리였던 기준금리를 1년간 4.5~4.75%로 올렸는데 물가는 잡히지 않고 경기는 끄떡 없습니다.
노동시장은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요지부동입니다. '노 랜딩'과 '스티키 인플레이션'이 일상어처럼 들릴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탓에 추가 금리인상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4일(현지시간) 나온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다시 '빅스텝'으로 긴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이럴수록 Fed 내 매파 인사들의 입김은 세집니다. 그들과 함께 긴축 덕을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긴축을 확대재생산하고 긴축 덕에 세력을 키우는 '긴축 카르텔'을 중심으로 이번 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정리하겠습니다.
매로 돌변하는 Fed 인사들은 정해져 있다?
지난주 공개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의 핵심은 '50bp(1bp=0.01%포인트) 인상의 재소환'이었습니다.
당시 50bp 인상을 주장한 Fed 인사 실명은 당연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참석자(A few participants)로고만 블라인드 처리가 됐습니다.
이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50bp 동맹'의 일원임을 커밍아웃했습니다.
1월 PCE 물가가 발표되기 전만 해도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Fed 이사진이 50bp 인상에 합류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올해 FOMC 투표권이 있는 5명의 지역 연은 총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월 FOMC 때 만장일치로 25bp 인상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CE 충격으로 인해 50bp 인상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 연은 총재들은 50bp를 주장할 공산은 더 큽니다. 일반적으로 매파적 발언은 지역 연은 총재들이 합니다. 그 중에서도 FOMC 표결권이 없는 지역 연은 총재들이 담당합니다. 책임은 없고 센 발언을 할수록 본인의 존재감과 몸값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FOMC 표결권이 있는 지역 연은 총재들 중에서도 매파 인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가 1순위로 꼽힙니다.
이번 주에 Fed 인사들의 공개 연설과 언론 인터뷰가 예정돼 있습니다. Fed 이사진 중에선 필립 제퍼슨(27일), 크리스토퍼 월러(2일), 미셸 보우만(3일) 이사 등이 공식석상에 섭니다. 지역 연은 총재 중에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3일),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3일) 등도 등판합니다. 다음달 FOMC 때 과연 누가 50bp 인상을 주장할까를 전망하는 게 이번 주 주요 관전포인트입니다.
금리 올릴 때마다 뒤에서 웃는 뱅가드
시장은 변동성을 좋아합니다. 그래야 거래가 있고 먹을 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변동폭이 큰 선물 시장은 더욱 그렇습니다.
Fed의 기준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연방기금금리(FF) 선물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만 해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기준금리가 2년 4개월 동안 제로금리였던 때입니다. 금리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지 않아 금리 선물 시장은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 선물에 돈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금리 선물 거래액은 1년 전보다 3배나 많아졌습니다.
금리 상승에 베팅한 기관 투자자들도 재미를 봤겠지만 금리 선물 거래소의 주인도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카지노에서도 결국 돈을 버는 건 대부분 딜러이기 때문입니다.
금리 선물을 운영하는 곳은 시카고선물거래소(CME)입니다. CME 그룹은 원래 인덱스펀드의 창시자와도 같은 존 보글이 세웠지만 최대주주는 아닙니다. 주인은 펀드 업계의 전설과도 같은 뱅가드입니다.
결국 금리선물에 돈이 모일수록 뱅가드와 블랙록이 웃게 됩니다. 특히 뱅가드그룹의 주주는 뱅가드가 만든 펀드들이어서 이 뱅가드 펀드에 투자하면 금리선물에 간접투자한 효과를 내게 됩니다.
미국보다 중국과 유럽을 주시할 때
자칫 지난해처럼 킹달러로까지 갈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 주시할 곳은 우선 유럽입니다. 유럽이 긴축을 이어간다면 달러 패권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마침 다음달 2일,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옵니다. 시장 예상은 전년 동기대비 8.2% 상승입니다. 1월(8.6%)보다 낮지만 긴축을 멈출 정도는 아닙니다.
더불어 중국의 리오프닝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의 성장이 세계 인플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요.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양회에서 그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성장률 목표치를 얼마로 제시하느냐가 관심입니다. 시장에선 5%대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관심은 미국의 기준금리입니다. 다음달 FOMC에서 25bp를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경기와 물가 동향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메가톤급 데이터인 고용보고서나 CPI는 아니지만 이번 주엔 주택판매가격(28일)과 ISM 구매관리자지수(3월1일,3일)가 나옵니다. 이미 경기둔화 조짐이 있는 부동산과 신규주문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시장예상보다 강한 데이터가 나온다면 긴축 공포가 커질 수 있습니다.
2주간 디스인플레이션의 실종 시대였습니다. 2월 FOMC 때 파월발 검색어가 된 뒤 열흘도 되지 않아 거의 씨가 말랐습니다. 기자 회견 때 13회(최종 공개 원고 기준 11회)나 반복했던 만큼 FOMC 회의록에도 당연히 있으리라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이 다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등극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긴축 생태계에 균열이 생겨야 합니다. 긴축을 둘러싼 공생 관계가 힘을 잃으려면 경기는 둔화해야 하고 물가는 잡혀야 합니다.
긴축 정책의 약발이 언제쯤 경기와 물가에 제대로 먹힐 지가 관건입니다. 그 시차가 좁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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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