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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1억5100만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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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1억5100만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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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베이옥션은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이 1억5100만원에 낙찰됐다고 23일 밝혔다. 전날 진행된 경매에서 '님의 침묵'은 시작가 5500만원에 출품됐다.

코베이옥션 관계자는 "최종 가격은 2015년 한 경매에서 1억3500만원에 낙찰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초판본을 넘는 가격으로, 국내 현대문학 작품 사상 최고가"라고 설명했다.

'님의 침묵'은 한용운이 옥고를 치른 후인 1925년 강원 백담사에서 완성한 대표작이다. 이듬해인 1926년 회동서관(匯東書館)을 통해 '알 수 없어요', '비밀' 등 총 88편의 시를 모은 뒤 '님의 침묵'이라는 제목을 달아 초판본이 출간됐다.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재출간했으나 일제에 의해 금서(禁書·출판이나 판매 또는 독서를 법적으로 금지한 책)로 지정돼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초판본에는 창작 동기를 제시한 '군말'이 시집의 앞부분에, '독자에게'가 뒷부분에 각각 담겨있다.

다음은 '님의 침묵' 전문.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을 길을 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꿈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에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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