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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55%·철근 63% ↑…시공사 "공사비 인상" vs 조합 "계약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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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계약 당시 t당 60만원이던 철근 가격이 공사를 시작하려는 지금 100만원이 됐습니다. 싼값에 아파트를 짓고 싶어도 건설사가 손해를 보면서 지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대형 건설사 현장 담당자)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에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마찰은 있었지만 최근처럼 수도권 주요 현장에서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첫 계약 때보다 30~40% 불어난 공사비와 이를 반영한 분양가에 조합원들도 ‘화들짝’ 놀라는 상황이다.
○30~40% 불어난 공사비에 ‘아우성’
23일 한국경제신문이 대한건설협회와 각 업계를 통해 확보한 5대 주요 건축자재 가격 추이에 따르면 아파트 건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보통 시멘트 가격은 이달 t당 11만6600원을 기록했다. 2020년 1분기 7만5000원에서 2021년 1분기(7만8000원)까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10만2300원으로 급등한 뒤 올해도 올랐다.


고장력 철근도 크게 오른 품목 가운데 하나다. 2020년 t당 61만5000원이던 철근 가격은 2022년 100만원을 넘어섰다. 이달에는 3년 전 대비 63.41% 오른 100만5000원까지 뛰었다. 건축용 형강은 3년 사이에 51.31% 올라 t당 11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밀도섬유판(MDF) 역시 2020년 장당 1만6000원에서 이달 2만8010원으로 75.06% 급등했다. 건설현장에서 필수인 레미콘 단가는 매년 올라 3년 사이 상승률이 31.02%에 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생활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건축자재 가격은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등을 기점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며 “최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시멘트업체들이 다시 가격 인상을 예고해 현장은 비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기본형건축비와 건설공사비지수도 크게 올랐다. 2020년 12월 121.8이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작년 1월(141.91) 140을 넘었고, 12월 잠정치는 188.6으로 3년 사이 25% 이상 뛰었다.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6000만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필요성에는 조합과 건설사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적용 기준을 놓고 현장에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건설사는 건자재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건설공사비지수를 기준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은 소비자물가지수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허진영 광명5구역조합장은 “최초 계약서상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기로 명시했다”며 “현실을 반영하더라도 시공단이 요구하는 30% 이상 증액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 탓에 분양가가 급등한 단지가 속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개포한신은 공사비 인상 탓에 조합원 예상 분양가가 3.3㎡당 6060만원으로 뛰면서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21억원 선으로 책정됐다. 사업 초기 예상한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대였다. 공사비 증액 협상 중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역시 4700억원의 증액을 반영하면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6000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았던 과거 시공계약 상당수가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았던 게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갈등이 생긴 단지 대다수가 2021년 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이제 착공을 앞둔 곳”이라며 “당시에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다고 했었는데, 건설공사비지수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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