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4월 이후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것은 경제 전반에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1월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126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상황에서 소비가 위축되고, 고용 쇼크도 본격화됐다. 부동산시장 경착륙이 우려되는 데다 187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신용위험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 압력이 줄어든 건 아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5.2% 올라 3개월 만에 상승폭을 확대했다. 전기와 도시가스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별로 버스·지하철·택시 등 공공요금과 식료품값 인상도 줄줄이 예고됐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시장 예상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격차는 1.7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다. 그만큼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물가 불안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 인상 압박이 크다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연 4%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경제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선 구조 개혁과 서비스산업 혁신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게 근본 처방이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이 시급하지만, 꽉 막힌 정국과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유일한 돌파구는 수출 활력을 높이는 일이다. 수출은 성장과 물가, 환율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책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수출전략회의에서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0.2% 증가한 6850억달러로 제시하고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겠다”고 밝힌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부처별 수출 목표액을 설정하고 수출·투자책임관(1급)을 지정해 수출목표 이행 상황을 점검 관리하기로 한 것은 현 상황을 적극 타개해나갈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민관이 원팀으로 협력하고 수출이나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도 걷어내면 이번 위기를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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