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1300원을 다시 넘어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다. 외환당국은 주요 은행 외환딜러를 긴급 소집해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원 오른 1304원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19일(1302원90전) 후 처음이다. 전 거래일 대비 10원30전 급등한 1306원20전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300원50전까지 밀렸다가 다시 반등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는 견조하다는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킹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난 영향이다. 21일(현지시간) S&P글로벌이 발표한 미국 2월 비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최근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Fed의 긴축에도 미국 경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또 한번 확인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Fed의 물가 관련 관심사는 서비스 물가의 하락 여부”라며 “서비스 부문 PMI의 개선은 물가 하락세를 더디게 해 Fed의 긴축을 장기화하는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도 환율을 밀어 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240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일각에서는 킹달러 현상이 지난해처럼 원·달러 환율 1450원대를 위협할 정도로 심화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 가격과 임대료 하락세 등을 고려하면 2분기부터 물가 압력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Fed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달러 반등을 견인하고 있지만, 2분기에 불확실성이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이날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84원60전 치솟는 등 오름세가 가파르다.
회의에는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성광진 한국은행 국제기획부장, 김신영 한은 외환시장팀장 등 외환당국 관계자와 주요 은행 외환딜러가 참석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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