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서울 집값이 4년 전인 2019년보다 낮아졌다는 한국부동산원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KB부동산 등 민간통계와 큰 차이를 보이는 탓에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2월 둘째 주(13일) 서울 집값은 4년 전인 2019년 2월 둘째 주(11일) 대비 2.1% 낮아졌다. 이 기간 매매가격지수는 2019년 96.2에서 2022년 104.3까지 올랐다가 이달 94.2로 내려왔다. 4년 전보다 2포인트 낮다.
같은 기간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용산구(0.42%), 양천구(0.44%), 구로구(0.3%), 동작구(0.8%), 서초구(4.43%), 강남구(2.53%) 등 6곳만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보다 가격이 가장 많이 낮아진 곳은 도봉구(-7.71%)였다. 서대문구(-6.4%)와 성북구(-6.27%), 중구(-6.17%) 등도 낙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이 2019년 초보다 저렴해졌다고 집계했지만, 민간 통계는 집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KB부동산 주간통계에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73.6에서 93.6으로 20포인트 올랐다. 100.6까지 올랐던 수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2019년에 비하면 아직 집값이 비싸다는 의미다.
최근 거래된 서울 아파트 가격도 2019년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지난 17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31㎡가 35억5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2022년 47억6000만원(3층)에 비하면 12억원 이상 내렸지만, 2019년 4월 26억5000만원(11층)과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높은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지난 4년 가장 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난 도봉구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가 나온다. 도봉동 '도봉한신' 전용 84㎡가 지난 13일 5억1000만원(7층)에 팔렸는데, 마찬가지로 2019년 2월 3억7000만원(6층)보다는 높은 액수다. 같은 날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래미안클라시스' 전용 59㎡도 6억4000만원(3층)에 팔렸다. 2019년 3월 5억1000만원(5층)보다 약 25% 비쌌다.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통계, 실거래가 사이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적은 표본에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3만2900가구를 표본으로 삼는다. KB부동산은 주간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2배에 가까운 6만220가구를 표본으로 한다. 표본이 적은 만큼 정확한 시세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단순하게 조사 방법 등의 특성 차이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통계들끼리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부동산원 주간 가격동향 표본은 아파트 3만2000가구인데, 1000만 가구가 넘는 전국 아파트 가운데 매주 표본 아파트가 거래됐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거래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간 가격동향 통계의 정확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통계 신뢰도가 낮아지자 서울시는 직접 통계를 공표하겠다고 나섰다. 실거래 가격을 바탕으로 하는 '서울형 주택실거래가격지수'를 개발해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형 주택실거래가격지수는 내달부터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의 시세는 조사원의 주관적 평가가 반영될 소지가 있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시장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확한 주택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불필요한 정보로 시장에 혼란을 가중하는 주간 가격동향은 폐지해야 한다"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장관의 의지만 있다면 통계를 바로 세우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부동산 통계의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해야 조작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