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이나 중국이 한반도를 미·중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 전 총리는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7000만 명 이상이 사는 한반도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큰 나라들의 도리이지 다른 목적을 위해 긴장을 고조하는 것은 큰 나라들이 할 일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도 비판했다. 그는 “협상에는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이어 “뿌리 깊은 상호 불신을 극복하고 협상을 성공시키려면 북한과 미국이 점진적이고 동시적이며 상호적인 방식으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향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단계적 비핵화와 미·북 외교관계 수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에 대해서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며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강연을 통해 정치 행보를 재개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조지워싱턴대 입학 조건이 보고서 제출이나 강연이었는데 학장이 공개 강연을 하라고 했다”며 “설마 학장이 저에게 정치 재개를 주문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까지 미국 주요 지역에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6월에는 독일로 건너가 튀빙겐대와 베를린대에서 강연한 뒤 같은 달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